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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줌인]최장수 경제부총리 홍남기 1000일…"예스맨서 홍기만성으로"

최훈길 기자I 2021.09.02 17:59:43

2018년 12월 취임땐 ‘바지사장’, ‘예스맨’ 비난
2019년 日 경제보복에 위기극복 ‘소방수’ 존재감
2020년 코로나 땐 경질 압박에도 ‘곳간지기 뚝심’
2021년 부동산·물가 난제…“한결같이 최선 다해야”

[세종=이데일리 최훈길 기자] “지금은 아무리 좋게 기사를 써도 악플만 많이 달릴 겁니다. 그런데 공무원 입장에서 홍 부총리를 보면 짠한 느낌이 많이 많아요. 참 어려운 시국에서 한결같이 헤쳐나가고 있잖아요.”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명된 직후인 2018년 11월11일 서울 중구 예금보험공사에 후보자 신분으로 첫 출근했다. 당시 홍 부총리는 “경제가 역시 어렵지만 국민들이 희망을 가질 수 있도록 정부가 할 수 있는 것들을 잘 고민해 보겠다”고 말했다. (사진=연합뉴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오는 5일 취임 1000일 째를 맞는다. 2018년 12월 취임식에서 “이제 성과로 말하고 성과로 승부 내야 한다”고 밝힌 지, 어느덧 2년 8개월이 지난 것이다. 그간 성적표에 대해서는 호불호가 엇갈린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세종 관가에서는 공직자로서 `홍남기 리더십`에 대해 평가하고 따르는 공무원들이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는 점이다.

◇예스맨, 홍백기 힐난 받은 홍남기

예스맨. 2018년 12월로 되돌아가면, 당시 홍 부총리의 별명은 ‘예스맨’이었다. 경제 컨트롤타워로서 제역할을 못할 것이란 전망에서다. 자유한국당(현 국민의힘) 의원들은 인사청문회에서 “청와대 말을 잘 듣는 예스맨”, “청와대 바지사장”, “부총리 패싱”이라고 힐난했다. 홍 부총리는 “공직생활 33년 하면서 소신 없이 살지 않았다”, “경제를 책임지고 이끌겠다”고 했지만, 당시에는 믿는 사람이 많지 않았다.

소방수. 홍 부총리의 존재감이 부각된 것은 2019년 7월부터다. 당시 일본은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에 대한 한국 대법원의 배상 판결이 나오자 반도체 수출 규제에 나섰다. 이에 홍 부총리는 “명백한 경제보복”이라며 강력 대응을 예고했다. 이후 정부는 홍 부총리를 지휘하에 소재·부품·장비 경쟁력강화위원회를 만들고 같은 해 8월 종합 대응계획을 발표했다. 발 빠른 초동대처로 수출 규제 불길이 잡혔다. 부총리 개각설, 2020년 지방선거 차출설도 사그라들었다.

홍백기. 2020년은 홍 부총리가 시험대에 올랐던 시기다. 문재인정부 첫 해인 2017년에 3.2%를 기록했던 성장률은 2018년 2.9%, 2019년 2.2%로 갈수록 하락했다. 1월에 코로나19까지 발병하면서 더 암울해졌다. 수출은 꺾이고, 산업·고용 지표 곳곳에서 빨간불이 켜졌다. 작년 3월 코스피가 폭락하고 환율은 치솟으면서 제2의 IMF 외환위기설까지 돌았다. 백기를 들 수밖에 없었던 속수무책 상황이었다.

◇홍남기 “마지막까지 최선 다할 것”

홍뚝심. 홍 부총리는 위기 상황에서 할 말을 했다. 더불어민주당은 전 국민 재난지원금 지급을 압박했다. 대선 유력주자인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이 나라는 기재부 나라냐”며 직격탄을 날렸다. 경질설까지 나돌았다. 하지만 홍 부총리는 “재정은 화수분이 아니다”며 선을 그었다. 한정된 재정 상황에서 피해 계층에 두텁게 지원하는 게 맞다는 판단에서다. 이후 작년 2차 재난지원금부터는 선별지원이 관철됐다. 정치적으로 민감한 충돌 상황에서 판을 깨지 않으면서도 뚝심 있게 요구안을 반영시킨 셈이다.

홍성과. 홍 부총리가 지난해 두 차례 사퇴 입장을 밝혔지만, 문재인 대통령은 수용하지 않았다. 오히려 대통령의 신임은 더 커졌다. 성장률은 더 높아졌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작년 12월에 한국의 경제성장률을 OECD 1위로 제시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성장률은 3.95%로 집계됐다. 이대로 가면 올해 성장률이 한은이 전망한 4.0%를 달성할 전망이다.

홍기만성. 한 기재부 관계자는 “홍 부총리의 등장은 이헌재·윤증현·최경환 등 강력한 리더십을 보였던 따거(大哥)형 경제부총리 리더십의 전환을 상징한다”고 풀이했다. 큰 그릇을 만드는데 시간이 오래 걸린다는 뜻의 사자성어인 대기만성(大器晩成)처럼, 오랜 시간이 지난 뒤 리더십을 인정받은 경우여서다.

홍삼무. 기재부 안팎에서는 내년 5월 차기정부 출범까지 최대 경제 현안은 부동산과 물가로 꼽는다. 부동산은 천정부지로 뛰고, 물가 부담은 갈수록 커지고 있어서다. 외부에선 강원도지사 출마설도 나돈다. 하지만 홍 부총리는 기자들과 만나 “코로나를 극복하는 것이 직분의 소명”이라며 “마지막 날까지 최선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다.

정부 관계자는 “문 대통령은 사심이 없고, 뒤끝이 없고, 변함이 없는 성실한 3무(無) 장관이기 때문에 홍 부총리를 신임한 것”이라며 “최장수 경제부총리가 된 홍 부총리가 앞으로 좌고우면 없이 갈 수 있을지 자신과의 싸움이 시작된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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