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부사 최태원의 반도체 집념…국내 최대 M&A로 인텔 낸드 품었다

피용익 기자I 2020.10.20 16:08:16

반도체 미래 내다본 과감한 베팅 이번에도 이어져
국내 M&A 사상 최대 규모인 10조3000억원에 인수
인텔 출신 이석희 사장이 인수 작업 지휘
낸드 시장 2위로 올라서며 삼성전자 바짝 추격

[이데일리 피용익 배진솔 기자]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승부사 기질이 또 다시 발휘됐다. SK하이닉스는 20일 미국 인텔의 낸드플래시(전원이 없는 상태에서도 메모리 데이터가 계속 저장되는 플래쉬 메모리) 사업부문을 90억달러(약 10조3000억원)에 인수한다고 전격 발표했다.

SK하이닉스(000660)의 인텔 낸드 사업부문 인수 가격은 국내 기업의 인수합병(M&A) 사상 최대 규모다. 지난 2016년 삼성전자의 하만 인수 금액(80억달러)보다도 10억달러 많다. 이같은 ‘통 큰 베팅’은 최태원 회장의 결단에 따른 것으로 알려졌다.

최 회장은 지난 2012년 주변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하이닉스를 3조4000억원에 인수하면서 “나의 애니멀 스피릿(동물적 감각)을 믿어 달라”고 말했다. 이후 2015년 4800억원을 투자해 OCI머티리얼즈(현 SK머티리얼즈)를 사들였고, 2017년에는 약 1조원에 LG실트론(현 SK실트론)을 인수하며 반도체 수직계열화를 추진했다. 2018년에는 컨소시엄을 구성해 4조원가량을 들여 일본 도시바 메모리(현 키옥시아)의 지분 49.9%을 인수하기도 했다. 반도체는 SK그룹의 핵심 사업으로 자리 잡았다.

다만 D램에 집중된 사업 구조는 한계로 지적돼 왔다. 올해 2분기 기준 SK하이닉스의 사업 비중은 D램이 72%에 달하는 반면 낸드는 24%에 그친다. 가격 변동성이 큰 D램 비중이 높아 회사의 수익이 들쑥날쑥하다는 점이 약점으로 꼽혔다. 이같은 문제점을 극복하기 위해 인텔의 낸드 사업부문을 인수하는 승부수를 띄운 것으로 풀이된다.

인텔 출신으로 이번 인수를 총괄한 이석희 SK하이닉스 사장은 임직원들에게 보낸 메시지를 통해 “확고한 지위를 확보하기 위한 도약의 발판을 마련하고자 과감한 결정을 내렸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D램과 낸드 두 축이 굳건히 자리 잡고, CIS(이미지센서)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 생산) 등 비메로리 분야도 확장해 지속 성장하겠다는 꿈이 있다”며 “D램과 낸드라는 든든한 두 날개를 활짝 펴고 4차 산업혁명의 중심으로 함께 비상하자”고 당부했다.

실제 SK하이닉스는 이번 인텔 낸드 사업부문 인수를 통해 낸드 시장 점유율 2위로 뛰어오르며 삼성전자를 바짝 추격하게 됐다. 또 코로나19로 인해 최근 수요가 증가하고 있는 기업용 솔리드 스테이트 드라이브(SSD·낸드를 이용해 만든 저장자이) 시장에서는 삼성전자를 제치고 세계 1위로 올라선다. 이종호 서울대 반도체공동연구소 소장은 “SK하이닉스는 인텔 낸드 사업부문 인수를 통해 규모의 경제를 할 수 있게 됐다”며 “SK하이닉스와 인텔의 강점을 살린다면 큰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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