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가계 순자산 2분기 역대 최고…주가상승 효과 '톡톡'

방성훈 기자I 2020.09.22 14:43:15

2분기 美가계 순자산 118조 9600억달러…전분기比 6.8%↑
주식·부동산 시장 반등 영향…주식이 증가분 75% 기여
미래 불확실성에 은행 현금 축적·신용카드 사용 줄여

(사진=AFP)
[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코로나19 여파로 올해 1분기 역대 최대폭 감소를 보였던 미국의 가계 순자산이 2분기엔 크게 증가해 역대 최대 증가폭을 기록했다. 순자산에서 주식 투자액이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데, 올해 2분기 미 주식이 크게 오른 덕분이다.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으로 소비를 줄이고 저축을 늘린 것도 영향을 끼쳤다.

21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미 연방준비제도(연준·Fed)는 이날 공개한 보고서에서 올해 2분기 미국 가계 및 비영리단체의 순자산이 전분기대비 6.8% 증가한 118조 9600억달러(한화 약 13경 8500조원)를 기록해 사상 최고액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는 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 이전인 지난해 말보다 3800억달러, 전분기 대비로는 7조6070억달러 늘어난 금액이다. 특히 증가폭은 분기 기준으로 1952년 이후 최대 규모다.

가계 및 비영리단체의 순자산은 보유하고 있는 현금과 은행 잔고, 주식 투자액, 부동산 보유액 등에서 모기지 대출이나 기타 부채를 제외한 값으로 구성된다.

앞서 미 가계 및 비영리단체의 순자산은 올해 1분기 역대 가장 큰 폭으로 감소했다. 코로나19 위기로 주식시장이 폭락했기 때문이다. 올해 2분기 미 가계 및 비영리단체의 순자산 급증을 이끈 것도 증시 랠리다.

미 증시는 코로나19 충격으로 저점을 기록한 이후 대폭 반등했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지수는 2월 중순부터 3월말까지 30% 이상 하락했다가 8월 중순까지 손실 대부분을 만회했다. 이 기간 동안 일명 로빈후더라고 불리우는 미 개인 투자자들이 적극적으로 주식에 투자했고, 그 결과 2분기 순자산 증가액의 75%에 해당하는 5조 7000억달러가 주식가치에서 창출됐다. 순자산 내 주식가치는 총 19조 5200억달러로 집계됐다.

연준이 금리를 제로 수준으로 낮춘 이후 부동산 시장이 활황을 보이면서 가계가 보유한 부동산 가격이 오른 것도 영향을 끼쳤다. 약 4580억달러 순자산 증가에 기여했다. 다만 모든 미국인이 주식과 부동산 시장의 반등으로 수혜를 본 건 아니다. 지난 6월 갤럽이 실시한 조사에서 미국인 중 45%는 주식을 보유하지 않았으며, 가구 중 약 3분의 1은 집을 소유하고 있지 않았다.

미 연방정부의 경기부양금 및 실업급여를 은행 계좌에 현금으로 축적해두는 가계도 늘어났다. 이는 저축률(세후 수입 대비 저축액)에서 확인되는데 1분기 9.6%에서 2분기 26%로 사상 최고치로 치솟았다.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으로 현금을 손에 쥐고 있으려는 심리가 반영된 결과로 풀이된다.

주목할만한 점은 가계 부채가 급증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올해 2분기 미 가계 및 비영리단체의 비금융부채는 0.5% 늘어나는 데 그쳤다. 되레 신용카드 사용 잔액은 급감했는데, 이 역시 소비를 줄인 영향이다. 학자금 대출은 기존 규모를 유지한 반면 자동차 관련 대출은 소폭 증가했다.

WSJ은 고용시장을 비롯한 경제 회복이 예상보다 빠른 증거라고 분석했다. WSJ이 최근 시장 및 학계 전문가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올해 2분기 미 국내총생산(GDP)은 연율 31.7% 감소한 뒤 3분기에 23.9% 증가할 것으로 예상됐다.

한편 미 연방정부의 2분기 부채는 경기부양책 여파로 전분기대비 58.9% 급증, 22조 5000억달러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기업 부채는 14% 늘어난 17조 6000억달러를 기록했는데, 이는 연준의 제로금리 정책으로 차입이 늘어난 영향으로 파악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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