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기문 "미세먼지 해결에 여생 헌신…구속력있는 국제협약 추진"

박일경 기자I 2019.04.29 13:48:06

대통령 직속 국가기후환경회의 출범식후 공식 활동
유럽 월경성대기오염조약 참조…미세먼지협약 추진
한·중-한·중·일 다자간 공조 확립이 중장기 과제
6·9월 국민토론회·국제포럼…내년 9월 1차 정책대안

29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대통령 직속 ‘미세먼지 문제 해결을 위한 국가기후환경회의’ 출범식에서 반기문 위원장이 개회사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박일경 기자] 사회적 재난 수준에 이르고 있는 미세먼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한국과 중국 양자는 물론 일본까지 포함하는 한·중·일 다자간 공조를 강화하는 국제협력 방안이 추진된다. 유럽 월경성 장거리 대기오염에 관한 조약(CLRTAP·Convention on Long-Range Transboundary Air Pollution) 사례를 참조해 동북아시아 차원의 관련 국가 간 구속력이 있는 협약을 체결하겠다는 것이다.

대통령 직속 미세먼지 문제 해결을 위한 국가기후환경회의(이하 국가기후환경회의)가 29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 20층 국제회의장에서 출범식을 개최하고 본격적인 활동에 들어갔다.

◇ 프란치스코 교황에 도움 요청…6월 中 환경장관과 두번째 회담

국가기후환경회의 위원장을 맡은 반기문 제8대 유엔 사무총장은 이날 출범식 직후 가진 기자회견을 통해 “동북아 청정대기 파트너십(NEACAP)이 실제 체결돼 있는데다 한·중 환경장관 회담과 한·중·일 장관회담까지 있는 만큼 논의의 틀은 잘 잡혀있다”며 “한중간 책임 소재를 가리는 논쟁보다는 분위기를 조화롭게 하도록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반 위원장은 “각국 정부를 넘어 클린 에어 아시아(Clean Air Asia) 등 비정부기구(NGO)를 통한 민간 국제협력 증진 프로그램도 존재하기 때문에 다양한 국제 대화 채널을 활성화하는 데 주안점을 두겠다”고 설명했다. CLRTAP는 지난 1979년 유엔 유럽경제위원회(UNECE)가 주관해 체결했다. 당시 UNECE 회원국 34개 중 31개국이 서명했다. 관련 국가들은 40여년이 지난 현재도 매년 대기오염 물질 감축목표를 설정하고 감축방법 및 비용 분담을 협의하고 있다. 이처럼 관련국간 구속력이 높은 실효적인 대책을 강구하겠다는 뜻이다.

29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대통령 직속 ‘미세먼지 문제 해결을 위한 국가기후환경회의’ 출범식에서 반기문 위원장이 개회사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미 반 위원장은 이달 초 시진핑(習近平) 주석을 만나 미세먼지 저감을 위한 양국의 협력방안을 의논했다. 또 지난 11일에는 프란치스코 교황을 예방해 환경 문제를 포함한 여러 문제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 반 위원장은 한국의 미세먼지 문제를 설명하고 “환경 문제가 국경을 넘나들고 있어 국제사회 협력이 필요한데 교황께서도 이 문제에 대해 지속적으로 관심을 가져달라”고 요청했다.

반 위원장은 오는 6월 세계 환경의 날을 맞아 지난달 보아오포럼에 이어 중국을 재차 방문할 것으로 전해졌다. 이 자리에서 리간제(李幹傑) 중국 생태환경부 장관과 두번째 회담을 갖고 협의를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 文 대통령 “국가정책에 적극 반영” 약속

국가기후환경회의 출범 1년차인 올해에는 겨울철 고농도 미세먼지 해결을 위한 단기적 대안을 중심으로 정책 검토가 이뤄진다. 다음 달 중 500여명 규모의 국민정책참여단 구성에 착수했고 오는 6월 제1차 국민대토론회를 개최한다. 이후 7~8월 전문위원회 분석·검토, 여론 조사·토론회 등 국민적 합의를 도출할 계획이다. 9월에 제2차 국민대토론회를 연 뒤 제1차 정책 제안이 나올 예정이다.

반 위원장은 “9월 국내외 석학 등이 참여하는 국제포럼을 열고 11월부터 내년 3월 사이 타운홀 미팅을 실시해 국민과 현장 소통을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2년차인 내년 이후엔 중장기적 미세먼지의 근본적인 해결을 위한 정책 대안이 선정되는데 이 때부터 동북아 미세먼지 조약 작업이 본격화할 것으로 보인다. 늦어도 내년 하반기 국가기후환경회의 심의 안건에 올려 9월까지 구체적 조약 내용 등 윤곽이 잡힐 것으로 전망된다.

반 위원장은 “지난해 환경부가 환경문제에 관한 국민 인식을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82.5%가 미세먼지가 불안하다고 가장 많이 꼽았다”며 “우리나라는 경제개발기구(OECD) 회원 36개국 중 미세먼지가 가장 심한 국가 중 하나”라고 우려했다. 그는 “다시금 범국가적인 과업을 완수하라는 부름을 받았으니 제 남은 여생을 기꺼이 이 문제를 위해 헌신하겠다”면서 “미세먼지 해결을 국민들께서 제게 주신 저의 마지막 과업이라고 생각하고 비장한 각오로 위원장직을 수행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문재인 대통령은 노영민 대통령 비서실장이 대독한 축사를 통해 “국가기후환경회의가 의제를 발굴하고 제안한 미세먼지 관련 정책을 국가정책에 적극 반영하겠다”고 약속했다. 조명래 환경부 장관 역시 “정부대책과 함께 국민적 실천이 중요하며 국내·외 협업도 필요하다”며 “국가기후환경회의와 긴밀히 협조하고 제안된 정책이 단기간에 시너지를 내도록 최선을 다해 조기 성과를 거두도록 노력하겠다”고 화답했다.

국가기후환경회의는 △미세먼지 발생 저감 △피해 예방 △과학기술 △홍보·소통 △국제협력 등 분야별 ‘전문위원회’를 별도로 갖추고 국내외 석학들과 관련 분야에 깊은 경륜이 있는 사회 원로들로 자문단을 설치해 심층적 검토·분석이 이뤄질 수 있도록 지원할 예정이다.

주요 뉴스

ⓒ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상업적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