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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재판장 김진동) 심리로 열린 이재용(48) 삼성전자 부회장 등 삼성 관계자 5인에 대한 뇌물 사건 공판에선 이 같은 내용이 담긴 김종중(60) 전 삼성 미래전략실 전략팀장(사장급) 등의 진술조서가 공개됐다.
조서에 따르면 김 전 사장은 김신 삼성물산 사장과 함께 윤석근 일성신약 부회장을 구 삼성물산 주주총회 직전인 2015년 7월 13일과 15일에 만났다. 김 전 사장은 이에 대해 “윤 부회장에게 합병을 찬성해달라고 했다”고 밝혔다.
◇“이건희 건강 언급하며 권유”..김종중 “회장님 건강 볼모로 권유 안해”
특검은 김 전 사장 조사 과정에서 윤 부회장의 진술 내용을 공개했다. 윤 부회장은 “김 전 사장이 ‘이건희 회장의 건강상태가 좋지 않아 이 부회장이 빨리 경영권 승계를 하려고 한다. 상속세를 통해 경영권을 승계하면 상속세로 재산 반이 날아간다’고 했다”고 말했다.
이어 “김 전 사장이 ‘이번 합병이 이 부회장 경영권 승계에 있어 아주 중요하고 이번 합병을 통해 삼성물산이 그룹 내에서 사실상 지주회사가 된다’고 했다”며 “이건희 회장 건강상태가 좋지 않기 때문에 시간이 돈이라며 이번 합병이 경영권 승계를 위해 매우 중요하다는 얘기도 했다”고 진술했다.
김 전 사장은 특검이 이 같은 윤 부회장의 진술을 제시하자 “제 사고와 맞지 않는 이야기다. 제가 모시고 있는 회장님의 건강을 볼모로 합병 찬성을 권유하지 않았다”고 부인했다. 그러면서도 “(당시 대화에서) 순환출자 금지 때문에 다른 계열사가 삼성물산 주식을 매수하기 어렵다는 이야기는 했다”고 주장했다.
특검은 윤 부회장이 “당시 김 전 사장이 ‘다시 합병을 추진하는 것은 쪽팔려서 못한다. 이번 합병이 이 부회장 경영능력을 검증한다’고 말했다”고 진술한 내용을 제시했다. 이에 김 전 사장은 “이런 이야기를 한 것은 맞다”며 “이 부회장의 판단 능력과 리더십이 중요하다고 판단하기 때문에 그런 이야기를 했다”고 밝혔다.
윤 부회장은 또 “김 전 사장이 ‘일성신약이 합병에 찬성해주면 윤 부회장님과 (윤병강) 회장님에게 개인적 보상을 해주겠다’고 해 제가 거절했다”고 특검에 진술했다. 이에 김 전 사장은 “그런 말 한 적 없다. 다만 ‘통합 삼성물산 주주로 남아주면 함께 상생할 수 있는 기회가 있지 않겠느냐’고는 했다”고 주장했다.
◇김종중 “합병 주요 사항 이재용에 보고”
아울러 특검이 공개한 “김 전 사장은 삼성물산 합병 건에 대해 ‘제가 이 부회장에게 수시로 보고한다’고 했다”는 윤 부회장 진술에 대해서도 “합병 관련 중요한 사항을 보고하는 건 맞다”고 이를 인정했다.
김 전 사장은 ‘윤 부회장이 모해하는 것이냐’는 특검의 질문에 대해선 “윤 부회장은 저를 모해할 만한 인품을 가진 분이 아니다”며 “제가 윤 부회장에게 ‘합병이 무산되면 이 부회장 판단능력과 리더십에 상처를 입을 수 있다. 도와주면 고맙겠다’고 얘기한 것”이라고 답했다.
일성신약은 구 삼성물산 소수주주로 불공정 합병비율을 이유로 삼성물산 합병에 거세게 반대해왔다. 지난해 5월엔 합병비율이 불공정하다는 서울고법 결정을 이끌어내기도 했다. 이와 별도로 합병무효 소송도 제기한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