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현지시간) 치러진 에콰도르 대통령 선거에서 좌파 집권여당인 국가연합당의 레닌 모레노(64) 후보가 51.1%를 득표해 48.9%를 얻은 우파 야당 기회창조당의 기예르모 라소(61) 후보를 눌렀다.
모레노 당선인은 ‘21세기 사회주의’ 노선을 표방해 온 라파엘 코레아 대통령의 정치적 후계자다.
인권운동가 출신인 그는 코레아가 추진해온 빈곤 퇴치와 같은 사회복지와 경제 정책 승계 뿐만 아니라 2만 개 일자리 창출, 젊은 기업인에 대한 우대 신용등급 부여 등의 공약을 내걸었다.
‘21세기 사회주의 혁명’을 통해 집권 기간 불평등을 해소하고 사회간접자본시설을 확충했다는 평가를 받는 코레아 정권은 사회적 약자층의 폭넓은 지지를 받고 있다.
이로써 라파엘 코레아 대통령이 2007년 대통령에 취임한 이후 추진해 온 ‘21세기 사회주의 혁명’이 4년간 더 이어지게 됐다.
그는 코레아 대통령보다 상대적으로 개방적이며 합리적 포용력이 있는 정치가라는 평가를 받는다.
사회학자인 프랭클린 라미게즈는 “대선 캠페인은 처음에는 안티 코레아에 맞춰졌으나 이후에는 안티 라소에 집중됐다”며 “모레노는 포용력 있는 사람이라는 이미지로 이런 물결 사이에서 파도타기를 했다”고 말했다.
그의 당선 덕에 2012년 6월부터 주영국 에콰도르 대사관에 머무는 폭로 전문매체 위키리크스 설립자인 줄리언 어산지는 추방 위기를 모면했다.
모레노 당선자는 대선 기간에 “당선될 경우 어산지를 계속 보호하겠다”는 입장이었으나 경쟁자였던 우파 야당 기회창조당의 기예르모 라소 후보는 “집권하면 한 달 이내에 어산지를 쫓아내겠다”고 밝힌 바 있다.
모레노는 당선 소식이 알려진 후 수도 키토에서 지지자들을 향해 “지금부터 국가를 위해 우리 모두를 위해 일하자”고 말하며 승리를 자축했다.
모레노는 아마존 소도시 누에보 로카푸에르테의 중산층 가정 출신으로 2006년 대선에서 코레아 대통령의 러닝메이트로 출마해 당선된 뒤 2013년 5월까지 부통령을 지냈다.
1998년 무장강도의 총격에 하반신이 마비돼 휠체어를 타게된 그는 2013년 장애 분야 유엔특사로 임명돼 2015년까지 9월까지 장애인 권익 신장을 위해 활약했다.
그러한 공로를 인정받아 2012년 노벨상 후보로 거론됐으나 유럽연합(EU)에게 밀려 수상은 하지 못했다.
국제사회는 10년간의 원자재 호황이 끝난 뒤 최근 남미에 우파 정권이 들어서면서 ‘핑크 타이드’(온건 사회주의 물결) 퇴조 현상이 에콰도르에서도 재연될지 주목했지만, 정권 교체는 이뤄지지 않았다.
그러나 새 대통령을 기다리는 에콰도르 경제 전망은 녹록지 않아 보인다. 국제신용평가사 피치는 새 대통령이 “경기 둔화와 지속되는 대규모 재정적자, 늘어나는 부채 부담”을 맞이하게 될 것으로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