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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저지=이데일리 안승찬 특파원] “포기하지 않아 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7년간의 협상과 기다림 끝에 2억년 된 절벽을 지켜내면서도 미국법인 신사옥 건설의 첫 삽을 뜬 LG전자(066570)에 대한 현지인들의 찬사가 이어지고 있다. 7일(현지시간) 미국 동부 뉴저지주(州) 잉글우드클리프에서 3억달러를 들여 신사옥을 짓는 LG전자의 기공식에 참석한 버겐카운티 대표인 제임스 테데스코는 여러 차례 감사의 뜻을 전했다. `인화(人和)`라는 LG그룹의 경영원칙이 미국에서도 빛을 발한 순간이었다.
그러나 그 과정은 쉽지 않았다. LG전자가 이곳에 신사옥 설립을 추진한 건 지난 2009년부터다. LG전자 전체 해외매출의 30%를 담당할 정도로 북미시장규모가 커졌지만 공간은 늘 부족했다. 직원들은 뉴저지 곳곳에 흩어져 일했다. 이 때문에 신사옥을 지어 LG전자뿐 아니라 LG생활건강, LG CNS 등 미국내 LG 계열사 직원을 한 곳에 입주시키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그러나 난관은 예상치 못한 곳에서 생겼다. LG전자는 6차례 공청회를 거쳐 잉글우드클리프 시의회의 승인을 받았지만 록펠러재단과 환경단체가 공개적으로 신사옥 건설을 반대하고 나섰다. 8층(143피트, 약 43m) 높이로 계획된 신사옥이 주변 경관을 훼손한다는 것. 신사옥이 건설될 부지 인근에는 아름다운 팰리세이즈 절벽이 펼쳐져 있다. 미국 부호인 록펠러 가문은 뉴욕 맨해튼에서 조지 워싱턴 다리 건너 북쪽으로 수㎞ 뻗어 있는 팰리세이즈 절벽을 보호하기 위해 주변 수백만평 땅을 사들여 정부에 기부했을 정도로 정성을 들였다. 록펠러재단의 반발에 3년간 갈등이 계속됐다. 설계까지 마친 LG는 난감했지만 법대로 밀어붙이지 않았다. 양보와 설득을 거쳤다. 조주완 LG전자 미국법인장은 “사실 포기하려고 생각했던 적도 많았지만 미국에서 하루 이틀 장사하는 게 아니니 대승적으로 양보하고 지역에 융화해야 한다는 오너의 격려가 큰 힘이 됐다”고 털어놨다. 구본무 LG 회장은 록펠러재단측에 자연문화유산 보호에 경의를 표한다는 서한까지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LG는 설계를 원점으로 돌렸다. 협상도 시작했다. 35피트(10.5m) 이상은 안된다며 버티던 환경단체도 북쪽 주빌딩은 5층으로, 남쪽 건물은 4층으로 짓는데 합의했다. 적지 않은 시간과 비용이 들었지만 설득과 합의의 과정을 거친 LG 신사옥 건설에 대해 미국사회는 호평을 내렸다. 뉴욕타임스(NYT)는 “인간과 공룡은 물론 그랜드캐니언보다 앞 선 2억년 역사의 팰리세이즈 절벽이 개발 위기에서 벗어났다”고 비중 있게 보도했다. 록펠러 가문 후손이자 환경전문 변호사인 로렌스 록펠러 미국보존협회 회장은 “나쁜 선례가 될 수 있었지만 LG가 국가적 보물을 보호하는 용단을 내렸다”고 치켜세웠다.
LG전자는 신사옥을 새로 설계하면서 환경에 부쩍 신경을 썼다. 주변 삼림, 습지 등을 보호하기 위한 구조로 신사옥을 설계했고 건물 지붕에는 태양광패널을 설치했다. 1500그루 이상 나무도 심어 부지내 녹지비중을 연면적의 절반까지 늘렸다. 특히 신사옥 건설로 세금, 일자리 창출 등을 감안한 지역경제 기여도가 매년 약 2600만달러에 이를 전망이다. 2000개 이상의 건설 일자리도 창출된다. LG전자는 신사옥을 중심으로 현지역량을 결집시켜 미국에서 제2의 도약을 일궈낸다는 계획이다. 조 법인장은 “세계 최고 수준의 친환경 신사옥 건립을 계기로 미국에서 영속하는 기업으로 지속 성장해 고객이 선망하는 1등 LG 브랜드를 만들겠다”고 포부를 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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