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弱달러 방향 튼 미국…원·달러 환율 더 떨어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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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남 기자I 2016.04.20 16:42:12

올해 들어 달러인덱스 하향 추세 지속돼
환율조작국 지정 우려에 당국도 힘 못써

20일 서울 중구 KEB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에서 딜러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이날 원·달러 환율은 5개월여 만에 장중 1120원대를 기록했다. 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김정남 기자] “아~. 생각보다 많이 떨어지네.”

지난 19일 오후 들어 A 시중은행의 외환딜링룸은 갑자기 분주해졌다. 장 초반 원·달러 환율은 1140원 중반대. A은행이 당초 예상했던 환율 전망치는 1140~1150원이었고, 그 관측이 틀리지 않았다.

그런데 원·달러 환율은 1140원을 너무 쉽게 깨버리고 1130원으로 진입했다. A 은행 한 외환딜러는 “요즘 같으면 환율 하단이 뚫린 것 같은 느낌”이라면서 “변동성이 커져서 더 긴장하게 된다”고 했다. 원·달러 환율이 가파르게 떨어지는데 심리와 물량이 급격하게 쏠리고 있고, 그래서 얼마까지 떨어질지 장담하지 못하겠다는 푸념이었다.

또다른 B 선물회사 분위기도 마찬가지였다. B 선물사 연구원은 “1140원이 이렇게 붕괴될 줄은 미처 몰랐다”면서 “달러화 약세 분위기가 생각보다 강하다”고 했다.

올해 들어 달러인덱스 하향 추세 지속돼

최근 달러화가 급격하게 약세를 보여 주목되고 있다. 지난해 말 이후 이런 추세는 뚜렷해지고 있다. 미국 정부가 자국 산업계의 경쟁력을 위해 달러화 약세를 용인하고 있다는 관측이 적지 않다. 달러화 가치가 떨어지면 상대적으로 원화는 강세를 보이고, 원·달러 환율은 하락 압력을 받을 수밖에 없다.

게다가 우리나라 외환당국도 쉽사리 개입할 수 없는 처지다. 미국 정부가 조만간 환율조작 의심국을 지정해 발표하는 탓이다.

20일 마켓포인트에 따르면 지난 19일 달러인덱스는 93.967까지 떨어졌다. 달러인덱스는 유로화, 일본 엔화 등 6개국 통화에 대한 달러화 가치를 지수화한 것이다. 100을 기준으로 수치가 높을수록 달러화 가치가 높음을 뜻한다.

달러인덱스는 지난해 말 한때 100을 넘었고 연초 때도 100을 넘봤다. 그러다가 지난달 말부터 93~94선으로 떨어지고 있다.

외환시장에서는 미국이 달러화 약세를 용인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최근 미국이 일본 정부의 시장 개입을 반대한 게 그 방증이다. 엔화 약세를 위해 언제까지 달러화를 강세로 둘 수 없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한 관계자는 “달러화 가치에 대한 미국의 기조가 바뀐 것으로 볼 수 있다”고 했다. 미국 산업계 입장에서는 달러화 약세는 호재다. 엔화발(發) 환율전쟁의 조짐마저 보이는 것이다.

20일 원·달러 환율 움직임도 이와 무관치 않다. 원·달러 환율은 중국 증시가 큰 폭으로 하락하면서 1135.2원에 마감했지만, 장중 한때 1120원대까지 급락했다. 장중 1120원대는 지난해 11월 4일 이후 5개월여 만에 처음이다. 한 시중은행 외환딜러는 “환율 저점에서 수입업체 결제수요(달러화 매수) 등이 있긴 했지만 달러화 약세 추세에 따른 위험자산 선호 심리는 여전히 강하다”고 했다.

환율조작국 지정 우려에 당국도 힘 못써

외환당국의 개입 경계감이 줄어든 것도 환율이 더 떨어질 수 있는 요인으로 꼽힌다. 미국 재무부의 환율보고서 발표를 앞두고 우리 외환당국이 개입에 부담을 느끼는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환율조작국에 대한 미국의 직접 제재를 가능하도록 한 베넷해치카퍼(BHC)수정 법안이 지난달 발효되면서 올해부터 환율조작 의심국으로 지정되면 통상 등에서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

19일 원·달러 환율이 1140원에서 지지되지 못한 것도 당국의 개입이 거의 없었기 때문이란 게 시장의 관측이다. 한 외환딜러는 “오늘(20일) 1120원대로 떨어질 때도 당국의 개입 흔적은 없었다”고 말했다.

우리 산업계도 이런 기류에서 자유롭지 않다. 원화 강세는 곧 가격 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수 있는 탓이다. 금융권 한 인사는 “원·달러 환율이 올라갈 때는 ‘환율 덕 보는 시대는 지났다’고 하다가도, 내려갈 때는 또 환율에 부담을 느끼는 게 산업계”라면서 “당국도 원·달러 환율이 하락하는 걸 마냥 지켜만 볼 수는 없을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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