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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독일은 올라프 숄츠 총리의 사회민주당(SPD), 녹색당, 자유민주당(FDP) 등 3개 정당이 연정을 꾸려 3년째 집권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 경제 정책 및 예산 등을 놓고 정당 간 갈등이 심화하고 있다.
지난해 독일 헌법재판소가 코로나19 팬데믹 시절의 비상 자금을 정부 예산으로 쓸 수 없다고 판결 내린 것이 발단이 됐다. 이 때문에 독일 정부 재정에 90억유로 가량 구멍이 생겼고, 이를 어떻게 메워야 할 것인지, 또 독일 경제를 어떻게 되살릴 것인지 등을 놓고 의견이 엇갈리며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독일은 오는 14일까지 내년 예산안 편성을 마감해야 한다. 여기엔 지난 7월 채택한 49가지 경제 개혁안도 포함된다. 아울러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내년 독일의 성장률은 0.8%에 그칠 것으로 관측된다.
숄츠 총리는 녹색당의 로베르트 하베크 경제·기후보호장관, FDP의 크리스티안 린드너 재무장관과 위기 극복을 위한 의견을 나누기 위해 회의를 개최했으나, 침체를 벗어나기 위한 접근 방식에서 이견만 확인한 채 회의가 마무리됐다.
하베크 장관은 인텔이 독일에 대한 투자를 동결했기 때문에 이 회사에 지원하려던 보조금을 하이테크와 기후보호와 관련한 다른 투자를 지원하는 데 써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린드너 장관은 정부 재정을 메우는 데 사용해야 한다며 반대했다.
각 정당에 소속된 각료들 간에도 공개 비판하는 일아 잦아졌다. 린드너 장관은 “독일 경제의 지속적인 부진을 해결하려면 정부의 단호하고 신속한 조치가 무엇보다도 필요하다”며 숄츠 정부 정책에 불만을 표하며, 세금 감면, 신규 규제에 대한 즉각적인 유예, 기후 목표 완화 등을 요구했다. SPD의 공동 대표인 사스키아 에스켄은 “실행에 적합한 제안을 하나도 찾지 못했다”고 반박했다.
연정이 붕괴될 위기에 놓이자 하베크 장관은 화해의 손길을 내밀며 통합을 촉구하고 있다. 그는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재집권 가능성, 우크라이나 전쟁에 따른 러시아의 위협 강화, 암울한 경제 전망 등을 거론하며 “지금은 정부가 실패할 수 있는 최악의 시기”라고 우려했다.
하지만 갈등이 봉합될 조짐은 좀처럼 보이지 않고 있다. ING의 글로벌 거시경제 책임자인 카르스텐 브르제스키는 “지금처럼 연정 붕괴 위험 높았던 적이 없다. 현재는 붕괴 전 마지막 단계인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하고, 당장 이번 주에도 연정이 해체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베렌버그은행의 홀거 슈미딩 수석이코노미스트도 FDP의 연정 탈퇴 가능성을 언급하며 “2025년 예산과 관련해 재정 및 개혁 우선순위에 합의하지 못하면 정부가 무너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내년 초에 조기 총선이 실시될 가능성이 크다”고 덧붙였다. 당초 예정된 총선 일정은 내년 9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