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년 받아들일 부모 없어"…‘마포 교제살인’ 형량에 유족 '오열'(종합)

이용성 기자I 2022.01.06 16:37:15

오피스텔서 연인 폭행해 숨지게 한 혐의
法 “이번 사건 범행 우발적, 보복의도 없어”
유족 측 “사람 죽었는데 고작 7년”…'항소 요청'

[이데일리 이용성 기자] “7년 선고를 받으려고, 5개월 동안 피 말라가는 시간을 보낸 것이 아닙니다. 저의 딸의 사망의 대가가 7년이라고 한다면 저는 앞으로 살아갈 수 없습니다”

6일 서울서부지법에서 선고직후 고(故) 황예진씨의 어머니가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이용성 기자)
서울 마포구의 오피스텔에서 말다툼을 하던 중 여자친구를 폭행해 숨지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30대 남성에 대한 1심 재판에서 징역 7년형 선고가 나오자 법정이 눈물바다가 됐다.

서울서부지법 형사합의12부(재판장 안동범)는 6일 상해치사 혐의를 받고 구속 기소된 이모(32)씨에 징역 7년을 선고했다. 고(故) 황예진씨의 어머니는 선고 직후 “비참하게 7년 선고를 받아들일 부모는 아무도 없다”며 “피고인이 사회 초년생이라고, 반성한다고 감형해주셨는데 저희 딸도 26살이다. 형량을 더 늘려주셔야 한다”며 오열했다. 그는 이어 “이 나라에서 자식을 키우고 싶은 생각이 없다. 또 다른 예진이가 나오지 않도록 항소를 요청한다”고 덧붙였다.

피해자 측 변호인도 “음주운전 사망 사고도 7~8년 선고가 나온다”며 “수긍하기 어려운 형량이고, 사람의 목숨이 너무 가볍다고 느껴지는 것이 안타깝다”고 토로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이번 사건은 교제를 원하지 않는 여성에 대한 보복 의도를 가지고 계획적으로 살인 범행에 이르게 한 사안과는 다르다”며 “의도적으로 살해하거나 살해 의도로 피해자를 방치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어 재판부는 “이번 사건 범행 이전에는 A씨가 피해자를 폭행하는 관계에 있지 않았고, 이번 범행 또한 우발적으로 일어난 것으로 보인다”며 “피고인은 자신의 잘못을 뉘우치고 후회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선고 직후 방청석에서는 “사람이 죽었는데 고작 7년이냐”, “이 나라 법이 이것밖에 안 되나” 등 항의와 반발이 터져 나왔다.

앞서 이씨는 지난해 7월 25일 서울 마포구의 한 오피스텔 로비에서 연인 관계였던 황씨와 말다툼을 하다가 머리 등 신체를 여러 차례 폭행해 숨지게 한 혐의를 받는다. 이씨는 인턴십과 스터디 등 취업하는 과정에서 황씨를 만나 약 7개월 정도 교제하던 중 이 사건 범행에 이르게 된 것으로 알려졌다.

폭행 이후 이씨는 119에 ‘(황씨가) 술에 취해 의식을 잃은 것 같다’는 취지의 거짓 신고를 접수한 것으로도 전해졌다. 의식을 잃은 황씨는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약 3주 동안 혼수상태로 지내다 같은 해 8월 17일 결국 사망했다.

수사 기관의 조사에 따르면 이씨는 황씨를 세게 밀어 몸과 머리에 강한 충격을 받게 했다. 황씨가 의식을 잃었음에도 몸 위로 올라타 폭행을 이어가고 오피스텔 1층과 8층 등을 오가며 황씨를 끌고 다녔던 것으로 드러났다. 또 황씨가 의식을 잃었을 때 주거지로 들어가 황씨의 휴대전화를 만진 것으로도 파악됐다.

이후 경찰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부검을 의뢰하는 등 보완 수사를 거쳐 이씨에 대한 혐의를 상해치사로 바꿔 구속영장을 신청했고, 법원은 영장을 발부했다. 결국, 이씨는 지난해 10월 6일 구속상태로 기소됐다.

공판 과정에서 이씨 측은 “황씨가 먼저 폭행했고, 황씨를 죽음에까지 이르게 할 생각은 없었으며 우발적으로 범행을 저질렀다”는 취지로 일관되게 주장했다.

검찰은 지난해 12월 열린 결심공판에서 “범행 발생 경위나 피고인의 행동에 비춰보면 중대한 범죄일 뿐 아니라 죄질도 불량하다”며 징역 10년을 구형했다.

이씨는 최후변론에서 “저의 행동으로 인해 발생한 이 죄가 얼마나 큰지(알고 있다)...”라며 “나중에라도 유족 측 부모님을 봬서 사죄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너무 죄송하다”라고 고개를 숙였다.

한편 황씨의 가족은 지난해 8월 25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남자친구에게 폭행당해 사망한 딸의 엄마입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올리고, 딸의 얼굴을 언론에 공개하며 이씨에 대한 엄벌을 촉구했다. 해당 청원은 약 53만명이 동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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