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들은 당장 경영권 매각 철회 소식이 전해지자 ‘대국민 사기극’이라는 비난까지 할 정도로 불매운동이 재연될 조짐이다. 이를 반영하듯 1일 주가는 전일대비 3.19% 하락한 54만7000원으로 장을 마감했다.
인수자인 한앤컴퍼니(한앤코)는 홍 회장의 매각철회를 강력히 비난하며 지분매각이행 소송을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당장 법원이 제3자 매각에 제동을 걸면서 한앤코의 손을 들어준 상태로 유리한 고지를 점했다는 분석이다. 다만 소송이 장기전 양상이 벌어질 경우 투자자 피해 뿐 아니라 제품라인 관리 소홀에 따른 소비자 피해가 우려된다는 시각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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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남양유업 대주주 홍원식 회장은 “계약 상대방 한앤코를 상대로 주식 매매계약 해제를 통보했다”고 법률대리인 LKB앤파트너스를 통해 밝혔다. 지난 5월27일 홍 회장 등 남양유업 대주주 일가 3명이 보유 지분 37만8938주(지분율 52%)를 한앤코에 3107억2916만원에 매각키로 한 계약이 무효라는 것이다.
이로써 남양유업 경영 정상화는 기약하기 어려운 처지가 됐다. 당장 3분기를 포함해 하반기 실적이 문제다. 남양유업은 올해 2분기 212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동기대비 76% 증가한 수치로 손실폭이 더 커졌다. 경쟁사 매일유업이 같은 기간 252억원(전년비 24%↑) 규모의 영업이익을 기록한 것과 대조적이다. 남양유업의 영업악화가 업황 불황이 아닌 이미지 타격이 배경으로 꼽히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대리점 갑질과 황 회장 손녀인 황하나씨 형사처벌에 이어 지난 4월 불가리스 파동 영향이 컸기 때문이다.
오너 리스크가 문제라는 데에 이견이 없다. 지난 5월 홍원식 회장이 이런 부분을 수용하면서 길이 열리는 듯했다. 지분을 정리하고 경영에서 손을 떼기로 선언한 것이다. 한앤코가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자 기대도 컸다. 식음료 기업 웅진식품이 2013년 한앤코 손을 거쳐서 부활한 선례가 기대를 키웠다.
하지만 홍 회장이 경영권 매각 철회를 선언하면서 당초 기대했던 경영진 교체는 물거품이 됐다. 매각 무산 소식이 나오자 투심은 싸늘해졌다. 원점으로 돌아온 오너 리스크가 악재가 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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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계 안팎에서는 홍 회장이 애초에 매각 의지가 있었는지에 대한 근본적인 의문도 제기된다. 홍 회장이 쇄신을 위해 공언한 회장직 사퇴와 회사 매각 모두 지금까지 하나도 이뤄지지 않아서다. 결국 논란 당시 ‘악어의 눈물’로 급한 위기를 모면한 뒤 실제 매각 추진 작업은 이 핑계 저 핑계로 시간을 끌면서 여론이 잠잠해지기를 기다렸다는 분석도 따른다.
이러한 여론을 의식한 듯 홍 회장은 이날 입장문을 통해 “해당 분쟁이 종결되는 즉시 재매각을 진행할 것”이라고 매각 추진에 대한 입장을 재차 밝히기도 했다. 이어 “남양유업을 보다 더 발전시키고 진심으로 임직원을 대해 줄 인수 후보자를 통해 경영권을 이전하는 것이 남양유업 대주주로써의 마지막 책임”이라고도 강조했다.
하지만 이전과 같이 선언만 있을 뿐 그 시점과 방식은 불투명한 상황이다. 향후 구체적인 이행 방안과 추진 계획 등이 담겨 있지 않아 결국 구호에 그칠 것이라는 냉소적 반응이 이어지고 있다. 더구나 이날 법원은 한앤코가 제기한 가처분 소송을 인용하면서 제3자에 대한 경영권 지분매각을 금지했다. “소송 동안에 홍 회장이 지분을 다른 이에게 팔지 말라”고 낸 가처분을 신청이 받아들여진 것이다.
◇ 소송전 장기화 불가피
오너 리스크에 따른 법률 리스크가 불거진 만큼 남양유업은 유무형의 타격을 받을 전망이다. 당장 양측 입장차가 크기 때문에 소송전 장기화는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소송은 책임 소지를 가리는 데에서 출발할 전망이다. 앞서 양측은 `선행조건이 완료하고 13영업일 되는 날`에 대금을 주고받기로 했는데 현재 다른 주장을 하고 있다. 서로가 서로에게 ‘계약에 없는 무리한 요구’를 하고 ‘비밀유지 조항을 위반했다’고 주장하는 만큼 진실공방 가능성이 크다.
한편에선 한앤코와의 소송전 장기화가 소비자 피해로 이어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수십 년을 식품업계에서 종사한 인사는 “어느 식품사건 최우선 가치는 품질과 안전이고 대주주는 결벽에 가까울 만큼 신경쓰기 마련”이라며 “남양유업이 숱한 구설을 겪었지만 제품이 잘못돼 탈이 난 적은 없었던 것도 같은 이치”라고 말했다. 이어 “마음이 떠난 오너가 이 부분을 얼마나 주력할지는 두고 볼 부분”이라고 말했다.
이와 맞물려 남양유업 제품 판매 대리점들은 어려운 시기에 소비자 불매운동과 외면으로 매출 감소 등 피해가 크다며 조속한 사태 해결책을 촉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