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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김형욱 기자] 일본 금융회사 오릭스가 빚을 내서 공항 같은 인프라 사업에 투자하고 있다. 저금리와 미국의 인프라 투자 확대 정책을 활용해 안정적으로 현금을 벌자는 취지다. 그러나 저금리에 의존한 이 투자가 중장기적으로는 금리 인상이라는 위험을 안고 있다는 지적도 나오기 시작했다.
오릭스가 간사이(關西)국제공항에 이어 고베(神戶)공항의 운영권을 취득할 전망이라고 15일 니혼게이자이신문이 전했다. 오릭스는 이와 함께 미국에서 수도 보수회사를 인수하는 등 인프라 관련 투자액을 총 100억 달러(약 11조3800억원)까지 늘릴 계획이다. 저금리로 투자처를 찾는 돈이 넘쳐나는데다 인프라에 대규모 자원을 쏟아 경기를 부양하겠다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정책에도 들어맞는 방향이다.
오릭스의 간사이공항 운영권은 2조엔(약 19조9500억원)이란 막대한 돈이 들어가지만 계약 기간이 44년으로 길어 오랜 기간 현금원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2008년 ‘리먼 쇼크’ 직후 주가 하락과 부동산불황으로 어려움을 겪은 오릭스로서는 중요한 사업이다. 간사이에 이어 고베 공항까지 인수한다면 오사카국제공항을 포함한 3개 공항을 통해 간사이권의 항공수요를 쓸어담을 수 있다. 고베공항은 2018년 4월 민영화 예정이다. 특히 종합상사 소지츠(雙日)가 앞선 13일 고베공항 운영권 입찰 경쟁에서 물러서면서 유일하게 인수의향을 내비친 오릭스 포함 컨소시엄의 인수가 유력하다.
오릭스는 또 국내에 대규모 태양광발전소(메가 솔라)에도 투자하고 있다. 이미 16만 가구의 연간 전력 소비량에 달하는 52만㎾ 규모의 태양광발전소를 운영하는 오릭스는 이를 궁극적으로 원자력발전 1기와 맞먹는 100만㎾ 규모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미국의 도로, 철도 유지·보수 회사를 인수하는 등 현지 투자규모가 이미 75억달러(8조5600억원)에 달한다. 이노우에 료(井上亮) 오릭스 사장은 이를 1~2년 내 100억달러까지 늘리겠다고 밝혔다. 이를 통해 현 세전이익 4000억엔의 10% 수익을 창출한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벌써부터 우려가 나온다. 오릭스의 투자가 너무 저금리에 의존하고 있는데다 추구하는 운용 수익률도 5~10년 새 20%로 사업회사로서는 높은 편이기 때문이다. 현재 정부 주도의 제로금리 정책에 변화가 생겨 금리가 오른다면 조달금리도 덩달아 올라 수익성에 빨간불이 생길 수 있다. 이용료를 인상하면 이를 만회할 수 있지만 공항 같은 공공부문 사업은 현실적으로 가격 인상이 쉽지 않다.
오릭스도 이에 서로 다른 형태의 인프라 사업들을 조합함으로써 리스크를 분산하려 하고 있다. 가령 국내 공항은 40여년짜리 안정형 프로젝트로 운영하되 북미에선 투자액도 건당 5억 달러(5700억원)로 쪼개고 기한도 상대적으로 짧은 수익형 투자로 분류할 수 있다. 미국에선 평균적으로 5~10년 내 20% 수익률을 거두는 걸 목표로 한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오릭스가 안정성이 낮지만 대규모인 국내 투자와 좀 더 적극적인 해외 소규모 투자를 조합하는 전략을 채택했다”며 “이런 인프라 투자가 양약이 될지 극약이 될지 모르는 가운데 주가는 1월의 고점(1940엔)을 넘지 못하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