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만 반전을 위해서는 미국 식품의약국(FDA) 인허가에만 집중해온 기업들이 이제는 실제 고객을 타겟으로 한 서비스를 내놔야한다는 시각이 많다. 올해 하반기에 업계가 다시 도약의 기회를 잡을 수 있을지 자본시장의 시선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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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컨대 디지털 의료기기 개발사 올라운드닥터스는 70억원 규모의 시리즈A 투자를 유치했다. 기존 투자사인 에이온인베스트먼트와 더불어 UTC인베스트먼트, 퓨처플레이, 한국투자파트너스, KB인베스트먼트 등이 참여했다. 올라운드닥터스는 의사와 간호사로 구성된 전문 의료팀과 IT 업계 출신 전문가가 함께 모여 디지털 치료기기를 개발하는 회사다. 회사는 투자금을 바탕으로 유방암 환자가 항암치료를 받는 동안 삶의 질을 향상할 수 있도록 항암제 순응도를 개선하는 캔모어의 임상 시험을 연내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디지털 헬스케어 시장은 불과 얼마 전까지 상황이 그리 좋지 못했다. 업계 특성상 수익화에 상당한 기간이 소요되는데, 그렇다 보니 자금난을 겪는 것도 모자라 실적까지 악화한 영향이다. 일례로 미국 디지털 치료 전문기업 아킬리가 대표적이다. 아킬리는 FDA로부터 세계 최초로 주의력결핍 과다행동장애(ADHD) 디지털 치료기기인 허가받은 곳이다. 그러나 수익성 악화를 겪다가 또 다른 디지털 헬스케어 기업인 버츄얼테라퓨틱스에 3400만달러(약 468억원) 규모로 인수됐다.
국내 사례도 있다. 국내 디지털 헬스케어 기업 1호 코스닥 상장사인 라이프시맨틱스는 우주항공용 소재 전문기업 스피어코리아에 인수됐다. 회사는 최근 이사회를 열고 스피어코리아를 대상으로 57억원 규모의 제3자 배정 유상증자를 결의했다. 스피어코리아는 회사 지분 약 16.7%를 보유하게 돼 최대주주가 될 예정이다.
다수 기업이 헐값에 매각되거나 파산하는 등 불안한 모습을 보이며 업계를 적잖은 충격에 빠뜨렸다. 그러나 혹한기를 지나 하반기부터는 흐름이 바뀔 것이라는 의견이 꿈틀대고 있다. 구체적으로 미국 헬스케어 벤처펀드 록헬스는 “상반기 관련 스타트업이 총 57억달러(약 7조 8962억원)를 조달했다”며 “상반기와 같은 투자 흐름이 지속되면 올해 자금 조달 규모가 지난해를 웃돌 것”이라고 예측했다.
일각에서는 앞으로 FDA 인허가 없이 소비자를 타겟으로 삼아 매출을 내는 B2C 기업에 투자금이 몰릴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FDA 인허가까지 상당한 자본이 들어가는데 소비자를 먼저 타겟 삼은 제품을 개발해 매출을 내는 똑똑한 전략을 펼친 기업에 자금이 몰릴 것이라는 의견이다. 디지털 헬스케어 기업에 풀리는 자금이 대폭 줄어든 시기인 만큼 숫자 지표를 투자사에 보여줘야 투자 유치에 용이하다는 이야기다.
투자사들은 이런 흐름에 알맞은 서비스로 ‘웰니스’를 꼽고 있다. 웰니스란 치유와 치료를 목적으로 한 체험이나 활동을 통해 신체적·정신적·사회적 조화를 이루는 이상적인 상태를 일컫는 말이다. 예컨대 영국의 웰니스 스타트업 조이는 최근 미국 진출을 앞두고 1500만달러(약 206억원) 규모의 시리즈B 라운드에 성공했다. 조이는 검사 키트를 자택에 보내 고객이 직접 혈액이나 대변을 채취해 혈중 지방, 혈당, 장내 미생물을 검사할 수 있도록 서비스한다. 검사 결과에 따라 이용자의 식단 조절을 도와 건강한 영양 섭취를 돕는다.
국내 VC 업계 한 관계자는 “단기적으로는 웰니스 B2C로 현금흐름을 창출하고, 장기적으로는 임상연구를 하면서 근거를 쌓아서 인허가 및 처방 트랙으로 가는 투 트랙으로 가야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