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나무 위의 군대'로 9년 만에 무대 복귀
패전 사실 모른채 나무 위에 숨은 병사 역 맡아
"맑고 순수한 캐릭터, 어떻게 연기할지 고민"
최희서·이도엽·김용준 출연…전석매진에 공연 연장
[이데일리 장병호 기자] 6월 최고 화제의 공연은 단연 연극 ‘나무 위의 군대’다. 드라마 ‘나의 해방일지’, 영화 ‘범죄도시2’ 등으로 일약 스타덤에 오른 배우 손석구의 9년 만의 무대 복귀작이기 때문이다. 지난 20일 서울 강서구 LG아트센터 서울 U+ 스테이지에서 막을 올렸다. 개막 전 일찌감치 전석 매진을 기록했다. 당초 오는 8월 5일까지 공연 예정이었으나, 관객 성원에 힘입어 8월 12일까지 1주일 공연 연장을 결정했다.
| 연극 ‘나무 위의 군대’의 한 장면. 신병 역 손석구(왼쪽), 상관 역 김용준. (사진=엠피엔컴퍼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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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 위의 군대’는 일본 작가 이노우에 히사시의 원안을 극작가 호라이 류타, 연출가 쿠리야마 타미야가 합작해 완성한 작품이다. 1945년 4월부터 약 2년 동안 태평양 전쟁 막바지 오키나와에서 일본의 패전도 모른 채 거대한 나무 위에 숨어서 살아남은 두 병사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다. 공연제작사 엠피엔컴퍼니와 LG아트센터가 공동 제작했다. 손석구는 태어나고 자란 소중한 삶의 터전인 섬을 지키기 위해 군에 입대한 신병 역을 맡았다.
27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는 손석구를 향한 질문이 쏟아졌다. 연극과 영화·드라마 등 매체에서의 연기 차이에 대한 질문이었다. 손석구는 “연기에서 다른 건 없다”고 했다. 그는 “처음 연습을 시작할 때는 연극이니까 연기를 다르게 해야 하나 생각도 했지만, 굳이 차이를 만들 필요가 있나 싶었다”며 “‘나무 위의 군대’와 ‘범죄도시2’가 뭐가 다르냐고 묻는다면 이야기가 다른 거지 영화와 연극이 다른 건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9년 만에 다시 무대에 돌아온 이유는 그동안 영화, 드라마 등에서 선보인 자신의 연기 스타일이 무대에서도 통할지 궁금해서였다. 손석구는 “다시 연극을 하게 되면서 그동안 내가 한 연기 스타일이 연극 무대에서도 가능한지 확인해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또한 그는 “중요한 건 연기의 차이를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이야기를 재미있게 잘 전달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 연극 ‘나무 위의 군대’의 한 장면. 신병 역 손석구(왼쪽), 여자 역 최희서. (사진=엠피엔컴퍼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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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대를 통해 손석구의 새로운 모습을 발견할 수 있다는 것이 이번 공연의 재미다. 손석구가 연기하는 신병은 순수한 청년이지만 전쟁의 비극, 그리고 자신을 나무로 이끈 상관에 대한 복잡한 심리 속에서 서서히 변해가는 인물이다. 손석구는 때로는 능청스럽고 때로는 단호한 모습으로 열연을 펼친다. 그는 “맑고 순수한 신병은 그동안 내가 해온 역할과 많이 달랐다”며 “나처럼 때 묻은 사람이 이렇게 순수한 사람을 어떻게 연기할 수 있을지 많이 고민했다”고 밝혔다.
손석구가 무대 복귀를 결정한 배경에는 상관 역을 맡은 배우 이도엽이 있다. 드라마 ‘60일, 지정생존자’를 통해 손석구와 인연을 맺은 이도엽이 이번 작품에 함께 출연한 것을 제안했다. 이도엽과 함께 연극계 중견 배우 김용준도 상관 역에 더블 캐스팅됐다.
손석구와 함께 영화, 드라마로 친숙한 배우 최희서가 나무의 정령과 같은 존재로 극을 이끄는 여자 역으로 출연한다. 9년 전 손석구와 같은 연극에 참여한 인연이 이번 연극으로 이어졌다. 최희서는 “9년 전 각자 100만원씩을 모아 극장을 대관하고 5일 정도 짧게 공연했고, 이후 서로 바쁘게 지내면서도 연극을 같이 하자고 이야기를 나눴다”며 “대본을 읽은 뒤 재미도 있고 의미도 있는 작품이라 참여하게 됐다”고 말했다.
작품은 인간과 인간 사이의 믿음의 문제, 전쟁과 국가와 개인의 관계를 돌아보게 만든다. 다만 소극장 작품임에도 배우들이 육성으로 연기하지 않고 마이크를 쓰는 점은 관객에 따라 호불호가 갈릴 것으로 보인다. 민새롬 연출은 “이 작품은 관객에게 전달하는 시청각적 요소가 많은 작품이기 때문에 배우의 미세한 호흡을 전하기 위해 마이크를 사용했다”고 설명했다.
| 연극 ‘나무 위의 군대’의 한 장면. 상관 역 이도엽(왼쪽), 신병 역 손석구. (사진=엠피엔컴퍼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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