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거래소가 파파고 도입을 검토하는 것은 외국인 투자자의 정보접근을 강화해 투자시장을 활성화하기 위해서다. 작년 말 기준 국내 자본시장 내 외국인 주주 비중이 코스피 시장의 경우 31%에 달하는 등 많지만, 영문 정보 접근은 여전히 제한적이라는 지적이 여전하다.
한편 일본에서는 영문공시 강화 방편으로 번역회사 인수에 나서고 있다. 지난해 11월 도쿄증권거래소와 도쿄상품거래소 등을 운영하는 일본거래소그룹의 자회사 JPX종합연구소는 번역 스타트업 ‘스크립트 아시아’를 인수해 자회사화했다. 상장기업이 더 많은 기업정보를 영어로 공개해 해외 투자자들에게 일본 시장의 매력을 높인다는 목표다. 연간 1000개 넘는 기업의 2500개 이상 투자 이벤트 관련 정보를 번역해 세계 각지의 투자자나 블룸버그 등 판매 관련 채널에 제공한다.
다만 한국거래소가 번역회사를 인수할 필요성은 적다는 의견도 있다. 대화형 AI 서비스 챗GPT 등장 등 AI 기술 발달로 점차 자동화되는 만큼 비용을 들이면서까지 상장기업의 공시의무를 대신할 필요는 없다는 설명이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이미 회계자료가 갖춰진 상태에서 영문화하는 작업은 AI가 전문가 수준으로 해결 가능한 문제로 바뀔 가능성이 상당히 높아지고 있다”며 “AI로도 외국인 투자자들의 정보 접근성이 더 개선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봤다.
한편 지난해 영문공시 건수는 2453건으로 전년 대비 53.3% 늘었다. 한국거래소가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지원서비스를 제공한 결과다. 영문공시 제출 법인수도 24% 늘었다. 내년부터는 자산 10조원 이상 코스피 상장사가 국문공시 제출 뒤 3일 안에 영문공시도 함께 제출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