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광주 북구 국립 5·18 민주묘지에서 열린 ‘제42주년 5·18 기념식’에 윤석열 대통령과 국민의힘 국회의원 100여명이 대거 참석하자 광주 시민들은 대체적으로 이같은 반응을 보였다. 이날 기념식에는 윤 대통령의 제안으로 원외인 이준석 대표를 포함해 총 100명이 기념식에 참석했다. 병가 등 일부 개인 사정이 있는 사람을 제외하고 사실상 전원에 가깝게 참석한 것으로 역대 가장 많은 보수정당 정치인이 온 5·18 기념식이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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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념식을 보러 온 민관기(62)씨는 “지금이라도 윤 대통령이 잘했다. 100여명이 왔으면 이제 그 방향으로 몇 발자국 가는지 믿고 지켜보려고 한다. 속에 다른 마음은 없을 거라고 믿고 싶다”며 “당시 서울에서 있어서 당하지는 않았지만 민주항쟁이 서울에서 났다면 우린 다 죽었을거라고 친구들이 모이면 얘기한다. 그만큼 가슴 아픈 역사”라고 말했다.
청년들도 환영의 뜻을 밝혔다. 전남대학교 4학년 학생 오씨(23)는 이날 기념식을 보며 “광주에서 태어나 자라면서 부모님에게 5·18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숭고한 역사라고 생각했는데 커가면서 모두에게 그렇지 않다는 것을 느껴 마음이 아팠다”고 울먹였다. 오씨는 “윤 대통령과 국민의힘의 행동을 일각에서는 `쇼`라고 말할 수 있지만, 쇼여도 여야가 화합하는 모습을 조금이라도 보이는게 좋지 않나”라며 “갈등과 혐오가 넘쳐나는 세상인데 지역간 화합을 이루려는 모습에 위로가 된다”고 덧붙였다.
부산에서 기념식을 보기 위해 왔다는 손성원(27)씨도 “이제껏 이렇게 참석한 행사가 없었다고 한다. 이례적이기도 하고, 확실히 전에 비하면 어느 정도 진정성이 보인다”라며 “보수당 대통령이 당 의원들에게 전원 참석하자고 제안하는 것을 보며 대통령의 진심이 느껴졌다”고 말했다.
반신반의하는 의견도 있었다. 국민의힘 소속 정치인들이 5·18에 대해 폄훼하고 망언을 해 논란이 됐던 일은 어디 안간다는 것이다.
당시 광주에서 시민군으로 참여했다는 강철수(65)씨는 국민의힘의 저의를 의심했다. 강씨는 “윤석열 대통령은 믿어보려고 한다. 뭔가 좀 달라질 것이라는 기대가 된다”라면서도 “국민의힘은 이제껏 자신들의 주장해온 것들이 있다. 대통령과 의원들은 다르지 않나. 아직은 미심쩍다”고 말했다.
말로만 끝나는 것이 아니라 5·18 정신을 헌법 전문에 넣으면서 행동으로 보여줘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 딸과 함께 온 양정희(52)씨는 “참석만하면 뭐하냐. 사진 한장 남기려고 온 것 아닌가. 누구나 할 수 있다”라며 “정말 한다면 헌법 전문에 넣어야 한다. 항상 광주에 대해 립서비스로만 끝났다. 민주주의를 두번 죽이는 것”이라고 분노했다. 이어 “대통령이 연설할 때 `통합`이라는 단어를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라며 “대통령으로 할 수 있는 권한을 활용해 법적 절차에 따라 행정 처리를 해야 한다. 진심이라면 헌법 전문에 넣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기념식에서는 윤 대통령과 국민의힘·민주당 의원들이 함께 팔을 흔들며 `님을 위한 행진곡`을 제창했다. 국민의힘에서는 기념식 제창을 위해 의원들에게 악보를 사전배포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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