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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행거리 길게·무게 가볍게…美 SES, 차세대 리튬메탈 배터리 공개

경계영 기자I 2021.11.04 16:05:08

현대차·SK·LG 투자 스타트업
2025년 상용화…현대차·GM과 협력
전고체·리튬이온 배터리보다 성능↑
中 세계 최대 파일럿 구축…韓도 검토

[이데일리 경계영 기자] SK㈜와 현대자동차·기아, LG테크놀로지벤처스 등이 투자해 주목 받은 미국 스타트업 SES(옛 솔리드에너지시스템)가 차세대 배터리(이차전지)를 공개했다. 음극재로 리튬메탈을 적용해 주행거리를 더 늘리면서도 가볍고 충전 시간을 단축시켰다. SES는 현대차·기아, 제너럴모터스(GM) 등과 개발 협력해 2025년부터 전기차에 리튬메탈 배터리 공급을 개시하겠다는 목표다.

치차오 후(Qichao Hu) SES(옛 솔리드에너지시스템) 최고경영자(CEO)가 4일 ‘배터리월드 한국’ 행사에서 리튬메탈 배터리 ‘아폴로’(Apollo)를 공개하고 있다. (사진=SES)
전고체 버리고 리튬메탈 집중…“성능 더 좋다”

SES는 4일 오전 온라인으로 제1회 ‘SES 배터리월드’(Battery World)를 열고 전기차용 하이브리드 리튬메탈 배터리 ‘아폴로’(Apollo™)를 선보였다.

아폴로는 배터리의 수명, 충전속도 등을 책임지는 음극재를 흑연 혹은 실리콘 대신 리튬메탈로 적용했다. 리튬메탈 표면에 리튬이온이 쌓이는 덴드라이트 현상을 해결하고자 음극재에 보호 코팅을 입히고, 리튬이온의 양·음극 이동을 돕는 전해질로 고농도 염중용매를 자체 개발했다.

아폴로는 107Ah(암페어아워) 용량인데도 무게 0.982㎏로 가볍다. Ah는 배터리가 시간당 흘려보낸 전류량을 의미하며 100Ah 이상 리튬메탈 배터리가 공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무게도 동일 에너지밀도의 리튬이온 배터리에 비해 35% 정도 가볍다.

에너지밀도는 ㎏당 417Wh였다. NCM(니켈·코발트·망간) 배터리 에너지밀도가 ㎏당 200~300Wh인 점을 고려하면 40%가량 높은 셈이다. GM 전기 픽업트럭 허머에 시험한 결과 한 번 충전했을 때 주행거리가 800㎞에 달했다. 10%에서 90%까지 충전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12분에 불과했다.

아폴로 배터리는 대형 트럭이나 스포츠유틸리티차(SUV)엔 300여개가, 이보다 작은 세단 차량에는 100∼150개가 각각 들어갈 것이라고 후 대표는 봤다.

SES 창업자이자 최고경영자(CEO)인 치차오 후(Qichao Hu) 대표는 “하이브리드 리튬메탈 배터리는 다양한 온도와 전력에서도 전례 없는 수준의 에너지밀도를 보여 완성차업체가 요구하는 안전성·주행거리·비용 절감·성능에 가장 적합했다”며 “전고체 배터리 대신 하이브리드 리튬메탈 배터리 상용화에 집중하겠다”고 말했다.

하이브리드 리튬메탈 배터리는 액체 전해질인 리튬이온 배터리에 비해 에너지밀도가 높고, 에너지밀도가 높지만 개발이 더딘 전고체 배터리에 비해 상용화에 앞서있다는 것이 SES의 설명이다.

안전성과 관련해선 자체 개발한 인공지능(AI) 기반 디지털 트윈 소프트웨어 ‘아바타’(Avatar)로 사고가 발생하기 전에 배터리 상태를 미리 감지하고 경고를 보내 안전 관리하겠다는 방침이다.

SES는 GM, 현대차·기아와 제휴개발계약(JDA)을 맺고 2022년 완성차업체가 요구하는 기준을 충족하는 ‘A 샘플’ 개발→2023년 요구 기준에 최적화한 ‘B 샘플’ 개발→2024년 실제 차량에서의 작동하는 ‘C 샘플’ 개발 등을 거쳐 2025년 상용화하겠다는 계획이다.

이와 관련 SES는 중국 상하이 자딩구에 2023년 완공을 목표로 2만8000㎡ 규모의 리튬메탈 배터리 파일럿 시설을 짓고 있다. 연간 생산능력은 1GWh로 리튬메탈 배터리 생산시설로선 세계 최대 규모다. 한국에서도 시범 생산라인 구축을 검토하고 있다.

후 대표는 “한국은 전기차 배터리 업계의 선두주자로 생태계와 인재 모두 우수하다”며 “업계를 이끄는 한국과 중국엔 시범 시설을 짓겠지만 최종 양산 시설은 완성차업체가 원하는 지역에 들어설 것”이라고 했다.

SES가 개발한 하이브리드 리튬메탈 배터리(오른쪽)와 리튬이온 배터리(왼쪽), 전고체 배터리를 비교한 자료. (자료=SES)
연내 美증시 상장 계획

SES는 지난 7월 아이반호 캐피털 애퀴지션(IVAN)과의 기업결합으로 뉴욕증권거래소에 상장하겠다고 발표했다. 연내 상장이 목표다.

현재 주요 주주로는 후 대표 외에 SK(034730)㈜, 버텍스(Vertex), GM, 톈치(Tianqi) 등이 있다. 이외에도 국내 기업 가운데 현대차·기아, LG테크놀로지벤처스 등이 투자하고 있다. 특히 SK㈜는 한국 기업 가운데 가장 빠른 2018년부터 투자했다.

김양택 SK㈜ 첨단소재투자센터장은 “전기차 배터리 소재 밸류체인 구축을 위해 첨단소재 투자를 강화하고 있다”며 “차세대 배터리 개발에 가장 앞서 있는 SES의 상용화 일정에 맞춰 사업협력관계도 모색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차·기아는 하이브리드 리튬메탈 배터리를 포함해 다양한 배터리 연구개발을 지원하고 있다. 김창환 현대차 친환경에너지랩장은 “고객에게 세계 최고 수준의 전기차를 제공하겠다는 약속을 지키기 위한 방안 가운데 하나로 SES의 리튬메탈 기술 개발을 지원할 것”이라며 “저비용, 장거리, 내구성을 위한 배터리 기술을 통해 고객에게 최고의 전기차 경험과 가치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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