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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원 수사방해, 2심도 전원 유죄…"법원·검찰 우롱"

한광범 기자I 2018.11.16 15:23:41

위장사무실·증인도피 유죄…비닉처리 등은 무죄
장호중 검사장 징역 1년·이제영 검사 1년6월
남재준 3년6월·서천호 2년6월…문정욱만 감형

국정원 수사방해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남재준 전 국정원장이 16일 서울고법 항소심에서도 징역 3년6월을 선고받은 후 구치소 이동을 위해 호송차에 오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한광범 기자] 2013년부터 이어진 검찰의 국가정보원 댓글 공작 수사와 재판을 조직적으로 방해한 혐의로 기소된 남재준(73) 전 원장 등 전직 국정원 간부들에게 2심에서도 모두 유죄가 선고됐다. 일부 혐의가 1심 유죄 판단에서 무죄로 뒤집혔지만 형량은 대부분 동일했다.

서울고법 형사7부(재판장 김대웅)는 16일 국정원 댓글공작 수사방해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남 전 원장 등 국정원 간부들에게 조직적인 수사·공소유지 방해를 유죄로 인정하고 하경준 전 대변인을 제외한 전원에게 실형을 선고했다. 문정욱 전 국익정보국장이 형량을 6개월 감형받은 것을 제외하면 나머지 피고인들은 징역형 형량이 유지됐다.

피고인별 형량을 보면 △남재준 전 원장 징역 3년6월 △장호중(51) 검사장(전 국정원 감찰실장) 징역 1년 △이제영(44) 검사(전 국정원 파견검사) 징역 1년6월 △서천호(57) 전 2차장 징역 2년6월 △고일현(57) 전 종합분석국장 징역 1년6월 △문정욱 전 국장 징역 1년6월 △김진홍 전 심리전단장 징역 2년 △하경준 전 대변인 징역 1년 집행유예 2년이다.

이번 판결로 지난 9월 보석 결정으로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던 장 검사장은 재판부의 보석 취소 결정에 따라 재구금됐다.

◇“공정하게 수사·재판 임했다면 국정원 거듭났을 것”

재판부는 “피고인들은 댓글공작에 대한 검찰 수사가 확대되고 사건의 전모가 밝혀질 경우 조직에 대한 불이익 가능성과 새로 출범한 정부에 부담이 될 가능성을 빌미로 댓글공작 수사와 재판을 조직적으로 방해하는 범행을 저질렀다”고 결론 냈다.

이어 “이 범행은 남 전 원장 등 국정원 지휘부와 파견검사들이 공모에 따라 국정원 조직 차원에서 범행의 지시가 이뤄져, 엄격한 상명하복 하에 있는 국정원의 다수 직원들이 조직적으로 동원됐다”며 “댓글공작 사건 수사와 재판에 적지 않은 악영향으로 비난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장호중 검사장이 16일 서울고법 항소심에서 실형 선고와 함께 보석 취소 결정으로 구치소 재수감을 위해 호송차에 오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재판부는 “새롭게 구성된 지휘부인 만큼 객관적이고 공정한 태도로 댓글공작 수사와 재판 과정에 임했다면 국정원은 과거에 대한 성찰을 통해 국민의 지지를 받는 정보기관으로 거듭날 수 있었을 것”이라고 질타했다.

그러면서 개별 혐의에 대해서도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재판부는 압수수색에 대비한 위장 사무실 설치 혐의(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에 대해선 “법원이 발부한 압수수색 영장과 이를 집행한 검찰의 공무집행을 우롱했다”고 비판했다.

또 원 전 원장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국정원 직원들에게 위증을 지시한 혐의(위증교사)에 대해선 “상명하복 관계에 있는 지휘부에 의해 조직적으로 범행이 이뤄져 해악이 크다”고 했다.

아울러 증인 출석을 조직적으로 방해한 혐의(증인도피·허위공문서 작성)에 대해서도 “진실 발견을 저해하고 국가기관으로서 형사사법절차를 노골적으로 방해했고 그 과정에서 국가의 예산을 낭비했다”고 지적했다.

◇국정원법상 직권남용 혐의는 무죄로 뒤집혀

다만 1심이 유죄로 인정했던 △문건 비닉 처리(검게 칠함) △삼성·SK에 보수단체 지원 요구와 관련한 국정원법 위반 혐의(국정원법)에 대해선 무죄로 판단됐다. 국정원법 무죄 판단에 따라 1심에서 피고인들에게 선고됐던 자격정지형은 파기됐다.

재판부는 장 검사장 등이 감찰실 직원들에게 검찰 제출 문건에 임의적으로 비닉 처리를 하게 해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했다는 혐의에 대해선 “판례에 따르면 공무원이 직무에 해당하는 직무집행을 보조하더라도 의무 없는 일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또 문 전 국장이 삼성·SK 임직원들에게 보수단체를 지원을 요구해 의무없는 일을 하게 했다는 혐의에 대해서도 “국정원 직원이 기업에 보수단체에 대한 자금 지원을 요청하는 것이 직무에 해당하지 않는 것은 명백하다”며 “직무집행의 외형과 형식을 갖추지 않았다”고 결론 냈다.

판결이 선고되자 방청석을 가득메운 피고인 지인들 중 일부는 “일부 혐의가 무죄로 선고됐는데 형량이 유죄되는 것이 어디있느냐”·“XX 같은 재판”이라며 노골적으로 불만을 터뜨리기도 했다.

박근혜정부 초대 국정원장이던 남 전 원장은 2013년 취임 후 검찰의 국정원 댓글 공작 수사와 관련해 “박근혜정권의 명운이 달렸다”며 조직적인 수사와 공소유지를 방해하도록 지시한 혐의로 기소됐다.

남 전 원장의 지시에 따라 서 전 차장을 팀장으로 하는 간부진TF가 꾸려졌고 장 검사장 등은 압수수색에 대비한 가짜 사무실 마련, 직원들에 대한 위증 교육, 원 전 원장 녹취록 비닉 처리, 증인 도피 등을 통해 수사와 공소유지를 방해한 혐의로 기소됐다. 4년 넘게 실체가 드러나지 않았던 국정원의 조직적 수사방해는 지난해 정권교체 후 뒤늦게 드러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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