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밥캣·동원산업, 최대 수혜株로 지목
20일(현지시간) 미국 상원은 전날 하원을 통과한 트럼프 행정부의 세제 개편안을 통과했다. 이번 세제 개편안의 핵심은 최고 법인세율을 35%에서 21%로 낮추는 것이다. 해외자금을 자국으로 들여올 때 부여하는 송환세는 35%에서 8%(비유동자산), 15.5%(유동자산)로 낮추기로 했고 개인소득세 최고 세율도 39.6%에서 37.0% 낮아진다. 이번 세제 개편안이 적용되면 미국 기업들의 세제 감면 효과가 커질 전망이다. 최근 뉴욕 증시의 상승 동력이기도 했다.
국내에서 가장 큰 수혜를 받는 기업은 직접 법인세율 인하 혜택을 받는 미국 법인을 보유한 곳들이다. 현지 법인에 대한 지배력이 높을수록 법인세 감면이 실질 비용 측면에서도 이득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증권가에서는 이번 세제 개편의 최대 수혜주로 두산밥캣(241560)과 동원산업(006040)을 지목하고 있다. 두산밥캣은 두산이 인수한 미국 건설장비 기업이다. 매출 상당 부분이 미국에서 발생해 법인세율 인하 효과가 클 전망이다. 김효식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두산밥캣의 내년 유효법인세율을 38% 수준으로 추정되는데 이번 세제 개편으로 28%까지 떨어진다고 가정할 경우 내년 순이익은 기존 추정치대비 16% 증가할 것”이라고 추정했다. 동원산업은 미국 자회사 스타키스트를 보유했는데 지난해 미국 법인에서는 전체 연결 매출의 48% 가랑인 7500억원의 매출이 발생했다.
휠라코리아(081660)도 지난해 미국 법인 매출 비중이 50%가 넘는다. 정보기술(IT) 업종인 삼성전자(005930) SK하이닉스(000660) LG전자(066570), 미디어업체 이노션(214320), 게임업체 넷마블게임즈(251270) 등도 미국 매출 규모가 높은 편이다.
◇미국 둥지 튼 코스닥社도 세제 개편 기대
코스닥 상장사 중 미국에 법인을 두고 북미 지역 사업을 진행 중인 곳도 적지 않다. 해외에서 매출 비중이 높은 게임엄체인 게임빌(063080)과 컴투스(078340)의 경우 미국에서 법인을 운영 중이다. 최근 각 법인의 통합을 결정해 본격 사업 확장에 나선 상황에서 세제 개편 혜택도 작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만 들어서도 LS(006260)전선을 비롯해 락앤락(115390) 솔고바이오(043100) 시큐브(131090) 파인텍(131760) 등 여러 기업들이 미국에 법인을 세우고 현지 진출에 나서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미국 기업을 인수한 다산네트웍스(039560)와 바디텍메드(206640) 같은 기업들도 현지 기업의 세금 감면에 따른 일부 비용 감소를 기대할 수 있게 됐다.
한 상장사 관계자는 “미국 애널리스트는 주당 순이익(EPS)을 기준으로 기업을 평가하기 때문에 이번 세제 혜택에 따른 순이익과 EPS 상승이 호재로 인식되고 있다”며 “미국 법인이 연결 기준으로 인식되다보니 이번 법인세 인하가 본사에도 영향을 줄 것”이라고 예상했다.
다만 각 기업별로 법인세율 인하 규모가 제각각이기 때문에 무조건 세제 개편의 수혜주로 보기에는 힘들다는 지적이다. 중소기업의 경우 미국 법인의 매출금액이 많지 않을 수 있는데다 합작법인 등 지분율이 낮은 곳은 실제 법인세 감면에 따른 본사 이익 기여도가 미미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또 다른 상장사 관계자는 “미국 법인이 있지만 아직 유의미한 매출이 나오지 않고 있다”며 “법인세 또한 금액이 크지 않아 감면 받는다 하더라도 본사 이익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귀띔했다.
◇중장기 美 경제 성장도 수출기업에 호재
중장기로 볼 때는 미국 기업의 투자 증가가 국내 기업에 간접적인 수혜를 줄 수도 있을 전망이다. 세금을 줄인 기업의 현금이 늘어나다보니 설비투자에 관심을 가지게 되고 이는 장비 교체 수요 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계산에서다. 미국 경제 성장에 따른 인프라 투자와 가계 소비 여력 개선도 기대 요소다.
세제 개편을 필두로 미국의 통화정책이 정상화돼 금리 인상 및 달러 강세가 나타나게 되면 미국 수출 규모가 큰 기업에게는 호재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는 최근 세제 개편 관련 보고서를 통해 미국 세제 개혁에 따른 미국 소비 시장, 설비투자 확대와 달러화 인상으로 대미 수출기업에는 일부 호재라며 미국 내수경제 활성화와 기업 투자 확대가 이뤄지면 기계·운송기계·건축자재, 기계설비 수요도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조연주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법인세 제도 개혁은 실적 레벨업뿐 아니라 미국 설비투자를 자극하는 역할이 기대된다”며 “미국 내 법인을 보유한 한국 기업의 직접 수혜보다 간접적인 영향이 더 클 것“이라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