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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같이 잘 되자, 화이팅!"...'마약 동아리' 명문대생들 대화 보니

박지혜 기자I 2024.08.05 23:07:03
[이데일리 박지혜 기자] 서울대 등 명문대생들이 주로 활동한 전국 2위 규모의 대학 연합 동아리가 ‘마약 소굴’로 드러났는데, 이들은 검찰 수사도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5일 서울남부지검에서 이희동 검사가 대학 연합동아리 이용 대학가 마약 유통조직 사건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5일 JTBC 사건반장에 따르면 해당 동아리 임원은 다른 공범에게 “월요일에 전화 왔는데 검사인 것 같다”며 “일단 나 19일에 (조사받으러) 가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어 “아무튼 괜찮아. ㅇㅇ 오빠 정도 빼고는 다 기소유예 나올 것 같아”라며 “마약 사범이 요즘 얼마나 많이 잡히는데 그거 다 재판 언제 하고 있어”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이게 팀전이란 말이야. 나만 입 다물면 안 돼. 우리 다 같이 다물어야 돼”라고 했다.

이 동아리 임원은 “(조사) 갔다 와서 후기 좀 (전해달라)”라며 “화이팅! 우리 다 같이 잘 되자”라고 말하기도 했다.

서울남부지검 형사4부(남수연 부장검사)는 마약류관리법 위반(향정) 등 혐의로 대학생 연합 동아리 회장인 카이스트 대학원생 30대 A씨와 20대 회원 4명을 구속 기소하고 2명을 불구속 기소했다고 이날 밝혔다.

그러나 실제로 단순 투약 대학생 8명은 기소유예 처분됐다. 다만 검찰은 이들에게 법무부, 보건복지부,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운영하는 사법-치료-재활 연계 모델에 참여하는 조건을 달았다.

동아리 회원 중에는 서울대, 고려대 등 명문대 재학생이나 의대 편입, 법학적성시험을 준비하던 학생들도 있었다.

검찰은 마약 투약 후 호텔에서 난동부리나 붙잡힌 A씨의 계좌를 들여다보다 회원들로부터 적지 않은 돈이 입금된 내역을 의심하고 추적한 끝에 이런 사실을 적발했다.

호기심으로 마약을 처음 접한 A씨는 카이스트 대학원 재학 시절인 2022년부터 고급 호텔 등에서 호화 파티를 열어 회원을 끌어들이고 마약을 팔기 시작했다.

A씨는 참여율이 높은 회원들에게 액상 대마를 시작으로 LSD·케타민 등 점점 더 강한 마약에 중독되게 했다. 투약 장소는 놀이공원, 고급호텔 등 장소를 가리지 않았다.

그는 공동구매로 싼값에 사들인 마약을 중독된 동아리 회원 등에게 2배 비싸게 되팔아 그 돈으로 호화파티를 열어 단기간에 약 300명까지 동아리 몸집을 불렸다. 동아리 회원은 A씨가 직접 면접을 봐 선발했고, 기수별로 운영하기도 했다.

검찰은 투약한 대학생들이 추가로 있는지 수사를 이어가는 한편, A씨 등 9000여 명이 가입한 텔레그램 대화방을 확인해 범죄집단 조직 및 활동 적용 등도 검토하고 있다.

A씨는 동아리에서 만난 여자친구를 여러 차례 폭행하고 성관계 영상을 촬영해 유포하겠다고 협박한 혐의와 마약 매수·투약 사실을 신고하려던 가상화폐 세탁업자를 허위 고소한 혐의도 받고 있다.

한편 카이스트는 “우리 대학 재학생이 마약 확산에 가담한 혐의가 밝혀진 것과 관련해 큰 충격과 함께 책임을 통감한다”면서도 “해당 연합 동아리는 카이스트에 등록된 교내 동아리가 아니다”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학칙을 바탕으로 무관용 원칙을 적용해 후속 조치를 시행할 예정”이라며 “마약의 위험성을 알리는 교육을 강화하고 본 사건에 대한 검찰 조사에 적극 협조하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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