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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치러진 수능은 수학은 어렵게, 국어는 작년보다는 쉽게 출제된 것으로 풀이된다. 영어 난이도는 지난해 수능과 비슷하다는 게 중론이다.
지난해 수능은 국어·수학·영어가 모두 ‘불수능’으로 분류되면서 수험생들의 애를 먹였다. 하지만 올해는 한국교육방송공사(EBS) 교재·강의와의 체감 연계도를 높이면서 작년보다는 난이도가 다소 하락했다.
올해 수능출제위원장을 맡은 박윤봉 충남대 화학과 교수는 “지난해 EBS와의 연계 비중이 축소된 것이 불수능에 영향을 미치지 않았나 판단한다”며 “이번에는 어떻게 하면 체감 연계도를 높일지에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고 했다.
국어의 경우 고교교사·입시전문가들의 평가도 작년보다는 쉬웠다는 쪽에 무게가 실린다. 다만 작년이 워낙 어렵게 출제된 ‘역대급 불수능’이라 수험생들에게 극히 쉬웠던 시험은 아니었다. 지난해 수능에서 국어는 만점자가 0.01%에 불과할 정도로 어렵게 출제됐었다. 그에 비하면 올해 수능 국어는 작년보단 쉬웠어도 변별력은 확보한 시험으로 분류된다.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는 “어렵게 출제됐던 작년 수능보다는 쉽게 출제됐지만 변별력을 상실한 물수능은 아니었다”고 했다.
◇수능 수학 작년 이어 ‘불수능’
반면 수학은 ‘불수능’이었던 작년과 비슷한 난이도로 출제됐다. 향후 수시 수능최저학력기준 충족 여부와 정시전형에선 수학이 대입 당락을 가를 변수로 꼽힌다. 이만기 유웨이 교육평가연구소장은 “수학은 작년 수능과 난이도가 비슷하게 출제됐다”고 분석했다. 지난해 수능 수학의 표준점수 최고점(147점)은 같은 해 9월 모의평가(145점)보다 2점 상승했으며, 만점자 비율은 0.63%에 그쳤다.
특히 수학의 공통과목이 선택과목보다 어렵게 출제되면서 ‘문과 불리’ 논란은 작년에 이어 올해도 지속될 전망이다. 우연철 진학사 입시전략연구소장은 “수학 공통과목은 작년과 비슷한 수준으로, 선택과목은 다소 쉽게 출제되면서 공통과목에서 어려움을 느끼는 학생들이 많았을 것”이라고 했다.
작년부터 도입된 문·이과 통합시험의 영향으로 국어와 수학은 ‘공통+선택과목’ 구조로 출제된다. 수험생들은 수학 총 30문항 중 22문항은 같은 문제를, 나머지 8문항은 △확률과 통계 △미적분 △기하 등 선택에 따라 각기 다른 문제를 풀어야 한다. 다만 선택과목 응시집단의 공통과목 성적에 따라 표준점수는 보정 과정을 거친다. 선택과목에 따른 유·불리를 최소화하려는 장치이지만, 공통과목에서 이과생보다 점수가 낮은 문과생이 불리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로 작년 수능에선 문과생들이 주로 선택한 확률과 통계 응시생의 표준점수가 미적분 응시생보다 3점 낮았다.
◇‘문과 침공’ 고려한 입시전략을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는 “수학 공통과목 고득점자가 많은 이과생(미적분·기하 응시생)들이 표준점수에서 높은 점수를 확보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수학뿐만 아니라 국어에서도 이과생 강세가 예상되는 만큼 문과생들은 이과생들의 교차지원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입시전략을 세워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문·이과 통합 수능에서 이과생들이 상대적으로 유리하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작년부터 이과생들이 인문계열 학과에 교차지원하는 ‘문과 침공’ 현상이 두드러졌다. 예컨대 서울대의 경우 자유전공학부·심리학과 올해 합격자 중 이과생이 80% 이상을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확률과 통계를 선택한 문과생들의 경우 향후 이과생들의 교차지원 가능성을 염두해 두고 지원 대학을 골라야 한다는 의미다.
영어 역시 작년 수능과 비슷한 난이도로 출제되면서 변별력은 갖춘 것으로 평가된다. 다만 지난 9월 모의평가가 워낙 쉽게 출제되면서 수험생들이 체감하는 난이도는 높았을 것으로 분석된다. 남윤곤 메가스터디교육 입시전략연구소장은 “영어영역은 작년 수능과 비슷한 난이도로 출제됐다”며 “전체적인 문제의 난이도는 작년 수능과 비슷하나 올해 9월 모의평가가 매우 쉬웠기 때문에 체감 난이도는 더 높았을 것”이라고 풀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