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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달장애(다운증후군)를 가진 화가 겸 배우 정은혜 작가와 어머니 장차현실씨 두 모녀가 24일 정 작가의 첫 그림에세이 책 출간 기념 간담회에서 서로를 향해 꺼낸 말이다. 이날 현장에서 책 출간으로 수고한 서로에게 한 마디씩 부탁하는 질문이 나오자, 모녀 사이 오간 대화다.
정 작가는 최근 첫 그림에세이책 ‘은혜씨의 포옹’(이야기장수)을 출간하고, 오는 30일까지 책에 수록된 그림을 전시하는 개인전 ‘포옹전‘(서울 인사동 갤러리 토포하우스)을 연다. 정 작가는 이날 간담회에서 책 출간 소감을 묻자 “기분이 딱, 좋아요. 눈에 들어오는 주황색 표지, 색깔들도 마음에 든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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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부터 화가로도 활동 중인 그는 생후 3개월에 다운증후군 진단을 받았다. 어린 시절은 집에서 엄마와 즐겁게 보냈다. 학령기에 접어들어선 친구들과 다른 모습을 발견하며 정체성 혼란을 겪었다. 스무살엔 시선 강박, 조현병 등으로 큰 고통을 겪으며 세상과 단절된 삶을 살았다. 그러다가 화가인 엄마의 화실에서 청소를 시작했다. 화실에 나온 60여명의 아이들을 따라 그림을 그리면서 방 밖으로 나왔다. 2016년부터는 경기 화성의 복합문화공간인 문호리 리버마켓에서 ‘니 얼굴 은혜씨’라는 간판을 걸고 지금까지 4000여명의 캐리커처를 그렸다.
어머니 장차현실씨는 “딸 사진첩을 보면서 유독 포옹하고 있는 장면이 많다는 걸 알았다. 키 150㎝의 체구인데 170㎝ 정도인 사람과 안고 있으면 머리가 심장에 닿더라. 포옹은 사람과 사람의 경계를 허무는 몸짓”이라며 “팬데믹 속 관계에 대한 그리움을 상기시켜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책 기획배경을 전했다.
최근 ENA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이하 우영우)로 촉발된 장애인에 대한 한국 사회의 시선 관련 발언도 나왔다. 장차현실 씨는 “드라마(우영우)를 보고 마음이 힘들다는 분(장애 가정)들도 이해된다. 각 개인이 최선을 다해 살고 있기는 하지만 좋은 기회가 늦어지기도 하고, 못 찾기도 한다”며 “드라마가 모든 것을 다 말해줄 수는 없다. 우영우를 계기로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더 가까워지고, 관심을 갖게 됐다. 이야기할 기회가 생겼다. 소중한 계기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은혜의 가장 소중한 사람이 엄마가 아니었으면 좋겠어요. 은혜가 33살이거든요. 너무 당연해요. 은혜가 이끌어가는 세상에 있어야 하죠. 엄마는 그 영역에서 빗겨 가야한다고 생각해요. 드라마를 보니까 나중에 우영우씨가 극중 이준호씨와 연애를 하더라고요. 막 울었어요. 고마운 드라마라는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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