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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약이 실현되면 규제 일변도인 현 대출 규제가 정반대로 돌아서게 된다. 지금은 2주택 이상 보유자는 규제지역에서 LTV가 0%다. 주담대를 아예 받을 수 없다는 의미다. 1주택자도 최대 2년(투기지역 1년, 조정지역 2년) 이내 처분이나 전입을 조건으로 주택 가격의 40%까지만 대출받을 수 있다. 윤 당선인은 1주택 실소유주에겐 지역과 관계없이 LTV 상한을 70%까지 올리겠다고 공약했다.
이를 두고 금융권은 ‘초이노믹스’를 떠올리고 있다. 2014년 7월 정부는 수도권 LTV 상한을 종전 50%(은행 기준)에서 70%로 대폭 완화했다. 총부채상환비율(DTI)도 50%에서 60%로 풀어주는 동시에 소득인정 범위 역시 확대했다. ‘빚 내서 집 사라’ 정책이었다.
당시 정부는 ‘주택시장 정상화’를 위한다며 이러한 정책을 내놨는데, 윤 당선인이 공약집에서 밝힌 점도 ‘부동산 정상화’다. 박근혜 정부의 경제금융비서관을 지낸 최상목 전 기획재정부 1차관은 새 정부 인수위원회 경제1분과 간사로 임명돼 경제·금융 정책 틀을 짤 예정이다.
이 때문에 2000조원에 육박한 가계부채 증가세가 더 확대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LTV를 완화한다는 것은 대출증가를 용인하겠다는 의미여서다. 종합부동산세, 양도소득세, 취득세 등 부동산 세제 완화도 공약으로 내건 상태다. 경기지표가 악화하고 있고 금리 인상도 예고된 가운데 은행권에선 가계대출 리스크 관리에 대한 우려가 적지 않다.
최근 잠잠해진 주택가격에 불을 지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당장 주택 공급이 부족한 가운데 전세가율(매매가격 대비 전셋값 비율)이 오르고 있는 상황에서 다주택자 LTV를 풀어주면 갭투자(전세 낀 주택매매)가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며 “결과적으로 주태각격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했다.
DSR 정책에 따라 LTV 완화 영향이 달라질 수 있다는 의견도 나왔다. 신용상 금융연구원 금융리스크센터장은 “DSR 규제를 묶어둔다면 다주택자에게 LTV 규제를 일부 완화해도 리스크 관리에는 큰 지장이 없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DSR은 연간 갚아야 할 원리금에서 연소득을 나눈 값으로, 연봉 대비 상환능력을 따져 빌려주라는 취지다. 총대출금이 2억원을 넘으면 40%(비은행은 50%) 내에서만 대출이 가능하다. 다만 DSR을 완화하지 않으면 윤 당선인의 공약이 반쪽짜리가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