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막식 한복 공정·쇼트트랙 편파판정 논란 등을 계기로 불타오르는 베이징 동계올림픽발(發) 반중 정서에 우리 기업들이 전전긍긍하고 있다. 자칫 맞불을 놓으려는 중국 내 반한 분위기가 확산할 경우 중국에 진출한 우리 기업들이 과거 사드(THAAD · 고고도 미사일 방어 체계) 보복에 버금가는 악재에 휩싸일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일각에선 한·중 수교 30주년을 맞아 양국 관계를 건설적으로 끌고 갈 수 있는 적기로 보지만, 대선정국 속에 반중 정서를 노골적인 ‘표심’으로 활용하려는 정치가 되레 악재를 앞당길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경제계와 전문가들 사이에서 ‘스포츠와 경제는 분리해서 봐야 한다’는 목소리를 높이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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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업계 상황이 가장 불안해 보인다.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긴 하나 현대차·기아로선 글로벌 최대 시장인 중국을 포기할 수 없다. 특히 최근 0.7%에 그친 중국시장 점유율을 끌어올리고자 새 합작사를 출범해 재도약에 나서려 했던 기아에겐 날벼락이나 마찬가지인 모양새다. 업계 관계자는 “자동차업계는 이슈에 민감하다 보니 이번 사태가 어떤 식으로 영향이 갈지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했다. 다른 관계자는 “중국의 경우 합자사로 진출할 수밖에 없는데, 현지 합작사의 차를 한국이 아닌 중국차로 받아들여 다른 나라와는 상황이 다르다”면서도 “그러나 약 6년 전 사드 보복 전례가 있다 보니 긴장을 놓을 순 없다”고 했다.
현대차그룹은 2016년 중국 시장에서만 179만대를 판매하며 선전했지만 사드 보복의 직격탄을 맞은 직후인 2017년 전년 대비 36% 급감한 115만대 판매에 머물렀다. 이후 매년 내림세를 거듭하다가 2020년 66만대까지 추락했다. 지난해 현대차는 35만277대, 기아차는 12만7005대 팔리는 데 그쳤다.
전자업계도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과 LG가 글로벌 1·2위를 다투곤 있지만, 중국에선 아니다. 중국 로컬 제품에 밀려 점유율이 한자릿수로 존재감이 거의 없다”면서도 “그럼에도, 중국은 물량으로 승부를 보고 내수가 워낙 강한 시장인 만큼 한국산 제품에 대해 반감이 생기는 부분은 예의주시할 것”이라고 했다. 중국은 ‘외산폰의 무덤’으로 불릴 정도로 삼성전자가 맥을 못 추는 대표적 시장 중 하나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작년 중국 스마트폰 시장에서 삼성전자 점유율은 1%를 채 넘지 못했다. 그러나 폴더블폰을 앞세워 반전을 노리는 삼성전자로선 이번 반중 정서 확산이 아쉬울 수밖에 없다. 시장조사업체 IDC에 따르면 지난해 삼성전자의 중국 폴더블폰 시장 점유율은 28.8%로, 2위를 차지했다.
가장 큰 타격을 받는 곳은 사실 우리 중소기업들이다. 작년 11월 말 기준 대중 수출 비중이 21.1%에 달하는 등 교역 의존도가 워낙 높다 보니 반한정서에 따른 보복은 우리 중기에 직격탄으로 작용할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이 경제 보복을 가하면 그 피해는 가뜩이나 코로나 사태로 인해 움츠러든 우리 중소기업들을 향할 것”이라고 했다. 중국 시장에 제품을 많이 판매하는 식음료·뷰티 업계에서도 사태를 예의주시 중이다. 반중정서의 불길이 어느 정도로 확대되느냐에 따라 중국 내 소비재 판매가 좌우될 수 있다. 식품업계 한 관계자는 “아직 별다른 징후는 없지만, 상황을 조마조마하게 보고 있다”고 했다. 화장품 업계 관계자는 “중국 현지 여론 모니터링에 신경을 쓰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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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은 차분한 대응이 이뤄져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노민선 중소벤처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중국·미국은 수출·안보 입장에서 우리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요소수 파동에서 봤듯, 공급망 문제에서 중국 의존도는 절대적”이라며 “중국 관계는 감정적으로 접근할 사안이 아니다. 스포츠를 경제 등 다른 부분과 연결하면 우리에게 절대 유리하지 않다”고 했다. 노 연구위원은 “궁극적으로 글로벌 거래선 다변화를 모색할 필요가 있지만, 일단 우리는 중국·일본과 경제적으로 같이 가야 하는 구조인 탓에 중국만 따로 떨어뜨려 놓고 생각할 수 없다”고도 했다. 추문갑 중소기업중앙회 경제정책본부장은 “양국은 원자재를 중국에서 수입해 다시 중간재를 중국에 수출하는 경제 구조인 만큼 반중 정서 확산은 중장기적으로 국내 경제에 도움은 되지 않는다”며 “경제 전반에 미칠 영향을 냉정하게 바라볼 필요가 있다”고 했다.
이성우 대한상공회의소 국제통상본부장은 “스포츠 윤리·규칙에 따라 이의제기해야 할 부분은 해야겠지만 산업이나 경제에 연결되는 건 피해야 한다”고 했다. 이재수 전국경제인연합회 아태협력팀장도 “양국 내 반중, 반한 감정이 확산하면 양국 기업에 좋을 건 없다”며 “스포츠와 문화는 전문가 영역에 맡겨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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