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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 한국자동차산업협회(KAMA)에 따르면 올해 1~7월 소형 SUV 판매량은 14만6269대로 전년 동기(16만7281대) 대비 12.6% 감소했다. 국내 완성차 업체에서 발표한 8월 소형 SUV 판매량을 더한 1~8월 누적 판매량은 15만7406대로 전년 동기 대비 15.3% 감소해 하락 폭이 더 커졌다. 이에 따라 올해 소형 SUV 판매량은 지난해에 미치지 못할 전망이다.
소형 SUV 판매량은 트랙스와 QM3가 관련 시장을 형성한 2013년 이후 지난해까지 줄곧 성장했다. 연도별 판매량을 살펴보면 △2014년 3만2932대 △2015년 8만6233대 △2016년 11만621대 △2017년 14만7429대 △2018년 16만9346대 △2019년 22만5174대 △2020년 28만5945대 등이다.
하지만 올해는 모든 모델을 합쳐도 매달 1만대 초반 수준의 판매량을 보이는 만큼 소형 SUV시장이 처음으로 쪼그라들 예정이다. 소형 SUV시장의 부진은 코로나19 팬데믹(감염병 대유행) 이후 캠핑 등이 인기를 끌면서 대형 차량 선호 현상과 준중형 세단 아반떼의 부활이 큰 몫을 차지한다는 분석이다.
먼저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준중형 SUV 모델인 현대자동차(005380) 투싼과 기아(000270)의 스포티지의 판매가 고공행진 중이다. 투싼은 지난해 9월 출시된 이후 높은 인기 덕에 출고 지연 현상까지 빚어지고 있다. 올해 8월까지 누적 판매량은 3만6184대다. 스포티지도 지난달 출시 이후 판매량이 두 달 만에 1만대에 육박하는 등 큰 인기를 얻고 있다. 준중형 SUV는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차박(차를 이용한 숙박) 선호 현상과 대형화 추세에 힘입어 소형 SUV 수요를 뺏어오고 있다.
아울러 아반떼의 부활도 소형 SUV 부진 요인으로 꼽힌다. 소형 SUV가 급부상한 2019년은 첫차의 대명사 아반떼가 디자인 논란으로 인기가 잠시 주춤했던 때로 첫차 수요를 소형 SUV가 상당수 흡수했다. 하지만 아반떼는 지난해 신차가 출시되면서 디자인 호평 등을 이유로 ‘국민차’ 타이틀을 탈환했다. 아반떼는 지난해 8만7731대 판매한 데 이어 올해 8월 누적 판매도 5만55대로 순항 중이다. 지난해보다는 부진한 판매지만 매달 평균 6500대 이상 기록을 유지하고 있어 소형 SUV와는 대조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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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형 SUV의 부진이 신차효과에도 단기간 사그라든 만큼 당분간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실제 지난해 자동차시장은 소형 SUV 전성시대였다. 2019년 7월 출시돼 단숨에 베스트셀링 모델로 자리 잡은 기아의 셀토스가 건재한 가운데 지난해 초 한국지엠의 트레일블레이저와 르노삼성자동차의 XM3 등의 신차가 출시됐다. 현대차 코나의 부분변경(페이스리프트) 모델도 출시됐고 공간성을 극대화해 차박 수요를 노린 쌍용차의 티볼리 에어(Air)가 부활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들의 인기는 오래가지 않았다. 초반 돌풍을 일으켰던 XM3는 지난해 6월 개별소비세 혜택 축소와 일부 품질 문제를 겪으며 그해 하반기부터 판매량이 급격히 감소했다. 트레일블레이저는 초반 와이어링 하네스 수급 부족으로 생산 차질을 빚으면서 신차 효과를 누릴 타이밍을 놓쳤다.
소형 SUV의 부진도 길어지고 있다. 지난달 판매량은 △셀토스 2724대 △트레일블레이저 2089대 티볼리 1451대 △XM3 1114대 △코나 882대 등이다. 셀토스를 제외한 모든 모델이 출시된 지 1년밖에 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처참한 성적이다. 문제는 반등 요인이 셀토스 부분변경 외에 없다는 점이다.
이외에도 현대차에서 출시 예정인 경형급 SUV ‘캐스퍼’도 소형 SUV의 경쟁자가 될 전망이다. 2030 세대가 소형 SUV를 첫차로 택한 이유 중 하나는 관련 차급에서 가장 저렴해 대안이 없었기 때문이다. 캐스퍼는 현대차 베뉴와 비슷한 크기로 넓은 실내 공간에 비교적 저렴한 가격을 무기로 내세우고 있어 자동차시장에서 ‘첫차’ 선택의 기준을 넓힐 것으로 예측된다.
업계 관계자는 “소형 SUV가 자동차 시장 트렌드 변화와 새로운 경쟁자의 등장 등 많은 곳에서 도전을 받고 있다”며 “당분간 소형 SUV가 반등을 꾀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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