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물가 고착화라고? 체감물가는 여전히 고공행진

김정남 기자I 2016.08.02 16:56:00

0%대 低물가 우려 크지만…체감물가는 더 높아
"가격이 내릴 때보다 오를 때 더 민감하기 때문"
공식물가-체감물가 괴리 더 커지면 신뢰도 우려

통계청이 매달 발표하는 공식물가인 소비자물가지수와 한국은행이 매달 집계하는 체감물가 격인 물가인식간 괴리도. 한은은 지난 1년간 소비자물가 상승률에 대한 인식을 설문조사하는 방식으로 물가인식을 발표하고 있다. 출처=통계청·한국은행 단위=%(전년 동기 대비)


[이데일리 김정남 기자, 세종=김상윤 기자] 서울 시내에 사는 직장인 김모(36·여)씨. 그는 4년여 전 결혼과 함께 현재 살고 있는 20년 가까이 된 20평대 아파트로 이사를 했다. 당시 전셋값는 2억원대 초반이었다.

그런데 5년 가까이 지난 현재 이 아파트의 전셋값은 4억원을 훌쩍 넘는다. 그동안 재계약 때는 어떻게든 버텨왔지만 수직 상승하는 전세 시세는 김씨에게 항상 고민거리였다. 평소 돈 씀씀이와 비교할 때 주거비는 규모 자체가 달라서다.

김씨는 “지금 월급으로는 전셋값이 오르는 속도를 따라잡지 못 할 것 같다”면서 “아기까지 생기면서 집을 더 넓혀가고 싶지만 엄두가 나지 않는다”고 했다. 김씨는 이자가 싸지면서 대출을 크게 받아야 할지 생각하면서도, 동시에 서울을 떠나야 할지도 고민하고 있다고 한다.

우리 경제가 저(低)물가 고착화에 신음하고 있지만 정작 일반국민들의 체감물가는 이와 동떨어져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공식물가와 체감물가간 괴리가 어제오늘의 얘기는 아니지만, 그럼에도 둘간 차이가 계속되는 것은 공식물가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나아가 공식물가를 기준으로 운영되는 한국은행의 통화정책도 신뢰를 잃을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0%대 低물가 우려 크지만…체감물가는 더 높아

2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7월) 소비자물가지수는 110.82(2010년=100)로 전년 동월보다 0.7% 올랐다. 지난 5월(0.8%)과 6월(0.8%)에 이은 3개월 연속 0%대다. 지난해 9월 0.6%를 기록한 이후 10개월 만의 최저치이기도 하다.

저물가에 대한 통계청과 한은의 설명은 이렇다. 지난해보다 국제유가가 낮다보니 원유 등 에너지류의 수입액이 떨어졌고, 이 때문에 소비자물가는 내려갈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를테면 지난달 두바이유 가격은 배럴당 42.82달러였는데, 지난해 7월 때는 56.27달러였다.

다만 저물가의 내용은 미묘한 차이가 있다. 석유류 가격은 전체 물가를 내렸지만, 집세와 외식 등은 오히려 올랐다. 지난달 집세는 전세(3.6%)와 월세(0.3%)가 오르면서 전년 동기 대비 2.5% 상승했다. 외식비가 오르면서 개인서비스 물가도 2.1% 올랐다. 외식소주(13.2%), 공동주택관리비(3.4%), 외식생선회(4.9%) 등이 상승한 영향이다.

실제 소비자가 체감하는 물가와 비교해보면 더 다르다. 한은이 매달 집계하는 체감물가 격인 물가인식을 보면, 지난달 2.4%를 기록했다. 공식물가와 무려 1.7%포인트 차이다. 최근 물가인식 지표는 매달 2.4~2.5%로 일정하다. 올해 1월부터 매달 0.8%→1.3%→1.0%→1.0%→0.8%→0.8%→0.7%의 움직임을 보인 공식물가와 차이가 작지 않다.

민좌홍 기획재정부 민생경제정책관은 “집세 등이 여전히 높아서 사람마다 느끼는 체감물가는 높을 수 있다”면서 “공식물가와 체감물가간 차이가 있다”고 말했다.

◇공식물가-체감물가 괴리 더 커지면 신뢰도 우려

이같은 차이는 왜 발생하는 걸까. 한은이 지난해 7월 내놓은 보고서에서 그 힌트를 얻을 수 있다. 한은은 보고서에서 “공식물가가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음에도 체감물가가 높은 수준을 유지하는 것은 소비자가 가격 상승에는 민감하고 가격 하락에 둔감하게 반응하는 가격 인식의 비대칭적 성향에 크게 기인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가격이 내릴 때보다 오를 때 더 민감하게 반응한다는 것이다.

아울러 개별 가구의 소비 품목과 품목별 지출비중 등 소비 성향이 전체 평균과는 차이가 나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내놓았다. 두 지표간 차이는 어느 정도 불가피하다는 게 한은의 생각이다.

하지만 경제주체가 물가당국의 지표를 낯설어하는 경향이 짙어질수록 정책 신뢰도 측면에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통화정책으로 전반적인 물가 수준을 컨트롤하면서도 서민생활과 관련된 물가는 미시적으로 잡아줘야 한다”고 했다.

정부도 이같은 지적에 공식물가를 개편할 계획을 갖고 있다. 통계청 관계자는 “파스타와 낙지 등 국민들이 많이 이용하는 품목을 중심으로 올해 말 소비자물가지수를 개편할 것”이라면서 “현행 5년인 개편주기도 3년으로 앞당겨 현실 반영도를 높일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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