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데일리 권소현 기자] 일본 외환당국 고위 관계자 입에서 잇달아 강도 높은 구두개입성 발언이 나왔다. 엔화 강세가 이어지면 외환시장 개입에 나설 수 있다고 경고를 날린 것이다. 덕분에 지난주 18개월 만에 최고 수준으로 치솟았던 엔화는 숨고르기에 나섰고, 일본 증시는 모처럼 뛰었다.
이시하라 노부테루 경제재정재생상은 10일 “엔화가 지난주 달러화에 대해 18개월 최고치로 치솟은 이후 금융시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며 “일본의 경제 펀더멘털에 변화가 없고 고용시장도 꾸준히 개선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아울러 주요 7개국(G7)이 경기부양 필요성에 대해 각기 다른 시각을 갖고 있지만 자신은 경기부양책이 통화완화책과 함께 이뤄져야 한다는 시각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경기부양과 통화완화에 동시에 나서면서 돈이 풀리면 엔화에는 약세 압력으로 작용한다.
아소 다로 일본 재무상도 이틀 연속 ‘개입’(intervention)이라는 단어를 직접적으로 거론하면서 개입 의지를 강하게 드러냈다. 아소 재무상은 이날 의회에 출석해 “지난주 일본 골든위크 연휴동안 엔화는 상당히 급등했다”고 진단하고 “엔화가 한쪽 방향으로 계속 움직인다면 일본은 확실히 개입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동안에는 “과도한 변동성에 적절히 대처할 것”이라는 식의 완곡한 표현을 썼지만 효과가 없자 직설화법으로 바꿨다. 그만큼 엔화 강세에 베팅하는 투기세력에 강한 경고를 날린 것이다.
다만 그는 환율전쟁을 초래할 수 있다는 지적을 의식해 “수출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장기적으로 환율을 조작하지도 않았고 그럴 계획도 없다”며 “G7과 G20 국가 사이에서 과도한 환율 변동성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점에 대해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고 설명했다.
이같은 구두개입에 엔화는 일단 진정세를 보였다. 지난주 한때 달러당 105.55엔까지 떨어졌던 엔·달러 환율은 일본 증시 마감 무렵 108.72~75엔을 기록했다.
일본 증시도 상승으로 화답했다. 일본 닛케이225지수는 전일대비 2.15% 오른 1만6565.19로 거래를 마쳤다. 지난달 25일부터 6거래일 연속 하락세를 보였지만 아소 재무상이 ‘개입’이라는 단어를 입밖에 꺼낸 전일 0.68% 반등한데 이어 이틀 연속 오른 것이다. 엔화 강세 피해주로 꼽혔던 수출주들이 두각을 나타냈다. 닛산자동차가 3.36% 뛰었고 도요타와 혼다차도 1~2% 상승했다. 소니도 3%대 상승률을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