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선상원 기자] 국정원이 14일 이탈리아 해킹업체인 해킹팀으로부터 총 20명분의 RCS(Remote Control System) 소프트웨어를 구입한 사실을 시인하면서도 민간 사찰 의혹에 대해선 전면 부인했다.
이병호 국정원장은 이날 오후 국회 정보위에서 비공개로 진행된 업무보고에서 “2012년 1월과 7월, 이탈리아 해킹팀으로부터 총 20명분의 RCS소프트웨어를 구입했다”고 밝혔다고 이철우 새누리당 간사, 신경민 새정치민주연합 간사가 전했다.
이 원장은 “소프트웨어 구입 목적은 대북 해외 정보전을 위한 기술 분석 연구개발용이었다”며 “사이버 공간은 사실상 전쟁터로 안보에 위협이 되고 있어 이같은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국제사회에서 통용되는 최신기술을 연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카카오톡과 삼성 갤러시폰 등 민간 불법사찰 의혹과 관련해 이 원장은 “국정원 법을 철저히 준수하고 있고 우리 국민들을 대상으로 활용한 바가 없으며 활용할 이유도 없다”고 강력 부인했다.
그는 또 “35개 나라 91개 수사기관이 이 프로그램을 구입했다”며 “워낙 소량이어서 국내 대상 해킹은 불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카톡 감청을 문의한 것에 대해서도 “북한 공작원들이 카톡도 쓰고 있어서 문의하고 기술개발을 위해 이메을 주고 받은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이 원장은 “국민을 대상으로 감청을 했다면 어떠한 처벌도 달게 받겠다”고 했다.
여야는 국정원의 해명을 확인하기 위해 조만간 국정원 현장 방문조사를 벌이기로 했다.
신경민 새정치연합 간사는 “우리가 갖고 있는 의구심을 국정원의 설명만으로 해소할 수 없다”며 “국정원 현장에 가서 현장을 확인하는 절차를 밟기로 했다”고 밝혔다.
신 간사는 “로그인 기록은 이태리 본사 해킹팀에 3개월이 보관되고, 설치된 것은 3년 반이 보관된다. 3개월 이전 기록을 확인할 방법은 국정원 사무실을 직접 방문하는 것 이외엔 없다”며 “신속하게 협의해 현장을 방문해서 국정원이 설명한 것을 확인하겠다”고 덧붙였다.
새정치연합은 새누리당은 강 건너 불구경 하듯 할 것이 아니라 국정조사 등 국회차원의 대응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언주 원내대변인은 이날 현안브리핑을 통해 “국정원이 해킹 프로그램을 구입해 실제로 누구를 대상으로 얼마나 도청을 했는지에 대한 의혹은 매우 엄중한 사안인 만큼 철저한 진상규명을 통해 국민 앞에 낱낱이 밝혀야 한다”며 “새누리당은 이번 국정원 해킹 프로그램 구매의혹과 관련해 침묵하고 있다. 집권 여당으로서 책임 있는 모습이 아니다”고 질타했다.
이 원내대변인은 “지난 2013년 3월 26일과 27일 이틀간, 국정원이 프로그램을 구매했던 이탈리아 회사 관계자들을 한국으로 불러서 유지보수 훈련을 받았다고 한다. 통상 유지보수 훈련은 프로그램을 사용한 후에 이뤄진다는 점을 감안할 때, 국정원이 2012년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해킹 프로그램을 사용했다는 의혹이 커지고 있다”며 철저한 진상규명을 거듭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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