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진우 김정남 기자] 박근혜 대통령이 25일 국회법 개정안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하면서 여야 정치권이 ‘거부권 정국’으로 이동했다.
새누리당은 국회법 재의결 여부를 놓고 친박(친박근혜) 대 비박(비박근혜) 갈등이 급부상했고, 새정치민주연합은 친노(친노무현) 대 비노(비노무현) 충돌이 수면 아래로 잦아들면서 총구의 과녁이 청와대와 여당으로 집중되고 있다.
새누리당 친박계는 국회로 이송되는 국회법이 자동폐기 절차를 밟아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원내지도부 책임론을 제기했다. 박 대통령이 이날 국무회의에서 거부권을 행사하면서 유승민 원내대표를 겨냥해 사실상 사퇴 압박을 한 것과 맥락을 같이 한다.
친박계 좌장격인 서청원 최고위원은 최고위원회의에서 “대통령 거부권 행사는 우리 당이 존중해야 한다”며 “이 부분도 국회의장이 간과해선 안 된다”고 정의화 의장이 재의 절차에 들어가선 안 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최고위를 마친 후 ‘유승민 책임론’에 대해 “나 같은 경우에는 과거 원내총무할 때 노동법 파동으로 내가 책임진 일이 있다”며 우회적으로 압박했다.
유 원내대표는 국회로 다시 이송된 국회법을 재의하는 문제를 놓고 고심에 고심을 거듭하고 있다. 재의 절차를 밟으면 청와대와 전면전을 선포하는 것이 되고, 밟지 않으면 ‘식물 원내대표’로서 주종(主從)적인 당·청 관계는 불가피하다. 원내대표직을 걸고 정면돌파를 선택할지, 스타일은 구기지만 정치생명을 연장할지 선택만 남은 것이다.
새정치연합은 국회법 재의 일정이 잡히기 전까지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관련 법을 제외한 상임위 일정에 불응하기로 하면서 새누리당을 압박하고 있다. 국회법 재의가 되지 않으면 6월 임시국회가 사실상 ‘올스톱’ 될 것이란 경고다.
새정치연합은 정의화 의장과 함께 국회법을 중재한 유 원내대표가 재의 절차에 동의하지 않을 경우 상대 당 원내사령탑으로서 인정하지 않겠다는 기류가 강하다. 국회법 중재안 수용 반대 입장이었던 당내 강경파를 설득했는데 재의 절차가 불발되면 협상파의 입지가 줄어들 것이란 우려도 깔려 있다.
원내지도부의 한 의원은 “재의가 안 될 경우 유 원내대표가 사퇴하지 않고 어물쩍 넘어간다면 우리가 앞으로 왜 (여당과)협상을 하겠는가”라면서 “신뢰관계가 다 깨지는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