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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암호화폐의 가치는 세상과 연결될 때 드러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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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아 기자I 2025.04.30 11:23:50
[동국대학교 블록체인연구센터 박성준 센터장] 암호화폐에 대한 평가는 여전히 엇갈립니다. 누군가는 이를 ‘미래의 돈’이라 말하고, 누군가는 ‘디지털 투기의 장’이라고 경계합니다. 하지만 이 논의를 넘어 우리가 진지하게 던져야 할 본질적인 질문은 이것입니다.

“암호화폐는 왜 필요한가?” “우리는 암호화폐를 통해 어떤 사회를 만들고 싶은가?”

이 질문에 대한 답은 암호화폐의 기술적 의미를 넘어 그 사회적 가치와 정책적 방향성을 결정짓는 핵심이 될 것입니다.

이 물음 없이 암호화폐를 논한다면, 우리는 기술을 쫒는데 그칠 뿐, 그 기술이 가져올 미래의 방향성에 대해 아무런 선택도 하지 못하게 될 것입니다.

박성준 동국대 블록체인연구센터 센터장·㈜앤드어스 대표
많은 사람들이 암호화폐를 ‘디지털 화폐’나 ‘새로운 투자 수단’ 정도로 이해합니다.

하지만 암호화폐는 그보다 훨씬 더 본질적인 기능 수행과 역할을 합니다. 암호화폐는 블록체인이라는 신뢰 기술 위에서 작동하며, 중앙 시스템 체계가 없이도 운영 및 유지되는 디지털 경제 시스템을 구현하는 핵심 매개체입니다.

이 디지털 경제의 기반인 블록체인은 단순한 ‘공개된 장부’를 넘어 전 세계 어디서나 같은 규칙으로 코드를 실행하고 결과를 공유할 수 있는 ‘글로벌 신뢰 컴퓨터(Global Trust Computer)’로 진화하였습니다. 사람의 중재 없이도 계약을 체결하고, 거래를 정산하며, 시스템이 작동하는 이 환경에서, 암호화폐는 그 운영을 가능하게 하는 경제적 동력이 됩니다.

암호화폐는 단순한 결제 수단을 넘어, 참여자에게 기여에 따른 보상을 제공하고, 시스템 유지에 필요한 자원을 분산시키며, 의사결정 과정에 직접 참여할 수 있는 거버넌스 권한을 부여합니다. 이처럼 암호화폐는 단순한 결제 수단이 아니라, 디지털 사회 구조를 설계하고 작동시키는 새로운 언어이자 도구입니다.

하지만 기술만으로 더 나은 세상이 저절로 만들어지지는 않습니다. 인터넷은 처음에는 모두가 자유롭게 정보를 공유하는 열린 공간으로 기대를 모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점점 더 많은 정보와 데이터가 일부 거대 플랫폼에 집중되는 구조로 바뀌고 있습니다. 그 과정에서, 누구나 쉽게 참여할 수 있었던 공간은 점차 정보의 흐름과 경제적 이익이 일부에 편향되는 방향으로 바뀌어갔습니다. 이제 우리는 알고리즘에 따라 정보를 소비하고, 일상의 대부분의 삶이 디지털 플랫폼을 통해 연결되는 시대를 살고 있습니다. 기술은 본래 중립적이지만, 어떤 철학과 가치를 담아 설계되느냐에 따라 사회 전반에 긍정적인 변화도, 예상하지 못한 불균형도 만들어낼 수 있습니다.

암호화폐도 마찬가지입니다. 그 기술이 어떤 가치와 설계 철학을 배경으로 하느냐에 따라, 투기의 도구가 될 수도 있고, 모두가 기여하고 보상받는 공정한 시스템의 기반이 될 수도 있습니다.

우리가 바라는 세상이 있다면, 그 방향은 명확해집니다.

누구나 참여할 수 있고, 기여한 만큼 정당한 보상을 받으며, 중앙의 개입 없이도 공동체가 스스로 규칙을 만들고 운영하는 사회-그런 사회를 만들고 싶다면, 암호화폐는 그 비전을 실현할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이고 강력한 도구가 됩니다.

암호화폐는 단순히 돈의 형태를 바꾸는 것이 아닙니다. 사람 대신 코드가 신뢰를 담당하고, 개인이 시스템의 일부가 아닌 주체가 되는 디지털 사회 계약의 기반을 만드는 일입니다.

물론 암호화폐는 모든 문제를 해결하지는 못합니다. 그러나 우리가 분명한 사회적 비전을 갖고 있다면, 암호화폐는 그 비전을 구현할 수 있는 가장 유의미한 수단이 될 수 있습니다.

이제 우리는 다시 자문해야 합니다.

“암호화폐는 왜 필요한가?”

“우리는 이 기술로 어떤 세상을 만들고 싶은가?”

그리고 “그 구조의 중심에는, 누구를 두어야 하는가?”

이 질문에 대한 우리의 답이, 암호화폐의 진정한 의미와 미래 방향을 결정짓게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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