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전은 21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2023년 10~12월분 연료비조정단가 산정 내역을 공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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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전은 이번에 1.8원/㎾h의 단가 인하 요인이 발생한 것으로 계산했다. 직전 3개월(6~8월)의 단가가 국제유가 하락과 맞물려 그 이전 1개년 평균 가격보다 그만큼 낮아졌기 때문이다.
다만, 실제론 인하 요인을 배제한 채 현 상황을 유지하기로 했다. 이전까지 수십원에 이르는 인상 요인이 발생했음에도 최대 5원만 올릴 수 있는 제도의 한계로 이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 걸 고려한 것이다. 한전은 이 때문에 작년 23조6000억원 영업적자를 낸 데 이어 올 상반기에도 8조5000억원의 적자를 기록 중이다.
이를 승인하는 정부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도 한전 측에 한전의 재무상황과 (앞선) 연료비조정요금 미조정액이 상당한 점을 고려했다고 전했다.
다른 항목을 활용한 4분기 전기요금 인상 여지는 남았다. 전기요금은 연료비조정요금 외에 기본요금, 전력량요금(기준연료비), 기후환경요금 등 항목이 있으며 이를 통한 인상은 일시에 제약이 없다. 한전은 실제 올 1분기까지의 요금 인상분은 직전월 말에 확정해 적용했으나 2분기 인상 땐 2분기의 절반이 지난 5월 중순에 인상안을 확정해 적용한 바 있다.
한전의 상황을 고려하면 빠른 인상은 필수다. 한전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여파로 발전(發電) 연료비가 폭등하며 지난 2년 반 동안 47조원의 누적 적자를 기록했다. 역대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규모다. 순부채도 6월 말 기준 201조원으로 국가 연간 예산의 30% 수준으로 늘었다. 여기에 지난달부터 국제유가가 다시 오르기 시작하며 불안함을 키우고 있다. 언젠가 국제유가가 내려 흑자 전환하더라도 당분간은 빚을 막는 것도 버거울 전망이다.
다만, 사실상 전기요금 결정의 키를 쥔 여당·정부가 전기요금 인상에 나설지는 미지수다. 상당한 부담이 뒤따르기 때문이다. 전력 수요가 늘어나는 겨울을 앞둔데다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물가를 끌어올리는 요인이 될 수 있다.
전날 취임한 김동철 한전 사장은 취임사에서 전기요금 인상의 시급성을 역설했으나, 주무부처인 산업부 방문규 장관은 미온적인 입장을 내비쳤다. 여기에 물가 당국인 기재부와의 협의, 사실상 국민의 힘 지도부의 개입 관문까지 있다는 점까지 고려하면 연내 전기요금 인상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