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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영방송 등 방송계 이사진들이 줄줄이 해임되고 있다. 윤석년, 남영진 등 KBS 이사진이 해임된 데 이어 방송통신위원회가 MBC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이하 방문진) 권태선 이사장해임을 21일 결정했다. MBC에 대한 감독ㆍ관리 소홀을 이유로 삼았다.
21일 방송통신위원회는 제30차 전체회의를 열고 권태선 방문진 이사장 해임에 관한 건을 의결했다. 해당 안건은 비공개로 진행됐으며, 김현 상임위원(야당 추천 인사)이 불참해 여당 추천인사인 김효재 방통위원장 직무대행과 이상인 상임위원만 참석한 가운데 진행됐다. 권태선 이사장은 방통위 의결에 따라 즉시 해임된다.
방통위는 권태선 이사장 해임사유로 주식 차명 소유 의혹에도 안형준 MBC 사장 선임을 강행하고, MBC 부당노동행위를 방치하는 등 MBC 경영 관리·감독을 소홀히 했다는 점을 이유로 들었다.
방통위의 방문진 이사장 해임은 역대 두 번째다. 방통위는 문재인 정부 시절인 2017년 11월 고영주 방문진 이사장을 해임한 바 있다. 당시에도 방통위는 고 이사장의 해임 이유로 MBC의 불법 경영 방치와 함께 독선적·편파적 이사회 운영, 이념적 편향성으로 파장을 초래했다는 점 등을 들었다. 권태선 방문진 이사장 해임 이유와 유사하다.
또한 방통위는 앞서 KBSㆍEBS이사진에 대한 해임도 추진했다. 윤석년 KBS이사 해임건의를 시작으로 이달 13일에는 남영진 이사 해임건의, 정미정 EBS이사 해임을 진행했다. 윤석년, 남영진 이사는 모두 해임됐다. 또한 내달에는 김기중 방문진 이사 해임도 진행할 예정이다.
이와 별개로 방통위는 최근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 대한 회계감사를 5년 만에 진행하며, 정연주 방심위원장을 포함한 수뇌부가 출퇴근 시간 등 업무 시간을 지키지 않고 업무추진비를 과다하게 사용하는 등 부적절한 처신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는 결과를 낸 바 있다. 이에 인사혁신처에서 해당 감사 내용을 토대로 대통령에게 해촉안을 보고했고, 지난 17일 정연주 방심위원장과 이광복 부위원장이 해촉됐다.
이처럼 방송계 이사진의 ‘줄 해임’ 사태가 이어지면서 공영방송 이사진을 둘러싼 정치 성향도 재편될 것으로 보인다. 실제 이날 방통위는 남영진 이사장 해임으로 공석이 된 KBS 보궐이사에 보수적인 언론학자인 황근 선문대 교수를 추천했다. KBS 이사는 방통위 추천 후 대통령이 재가하면 임명된다.
황근 교수는 한국방송학회 방송법제연구회 회장, 국회 정보회추진위원회 위원, 미디어발전국민위원회 위원 등을 역임하고, 이명박 정부 시절인 2009~2012년에는 KBS 이사를 지냈다.
황근 교수는 이데일리와의 통화에서 “지금까지의 공영방송이 ‘잘했다, 못했다’라는 평가를 떠나서 정상화가 필요하다고 본다”며 “그간 정치적으로 많이 함몰된 부분이 있었고, 앞으로는 이를(정치화) 탈피해서 미래지향적으로 가야 한다”고 말했다. KBS 이사회는 총 11명으로 여권 인사 4명, 야권 인사가 7명이었다. 윤석년 전 이사의 후임으로 서기석 전 헌법재판관이 추천되고, 황근 교수가 오면 여야 구도가 ‘6대 5’로 바뀐다.
방심위의 경우도 정연주 방송통신심의위원장 후임으로 류희림 미디어연대 공동대표가 위촉되며 여야 구도의 변화를 맞았다. 대구 출신인 류 신임 방심위원은 KBS, YTN 기자를 거쳐 YTNDMB 이사, YTN 플러스 대표이사 사장, 미디어연대 공동대표 등을 지냈으며, 여권 인사로 분류된다. 이에 방심위는 기존 여야 구도가 3대 6에서, 해촉 등으로 3대 4가 됐으며, 류 위원 위촉으로 지금은 4대 4가 됐다.
다만, 이같은 공영방송 이사진 재편 움직임에 야당 측은 강력 반발하고 있다. 김현 상임위원은 이날 기자회견을 통해 “김효재 상임위원은 직대 신분으로 직권을 남용해 임기가 보장된 네 분의 공영방송 이사 해임이라는 폭거를 자행해 왔다”며 “법·원칙·절차를 무시한 공영방송 이사의 해임은 무효”라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