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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자회사 국내배당때 ‘이중과세’ 완화…‘자본 리쇼어링’ 늘었다
12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 1월 해외 자회사가 우리나라에 송금한 금액(직접투자일반배당수입)은 65억9000만달러(약 8조5000억원)로 전년동월(2억4900만달러) 대비 약 65배 급증한 것으로 집계됐다. 올 1~ 4월 누적 송금액도 전년동기대비 5배 이상 뛰었다.
작년 법인세법 개정으로 올해부터 해외 자회사가 번 이익을 현지에 쌓아두지 않고 국내 본사로 들여와 활용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앞서 정부는 세제개편을 통해 국내 기업이 10% 이상 지분을 보유한 외국 자회사에서 받는 배당소득의 95%를 비과세(익금불산입)하도록 했다. 기존에는 해외와 국내에서 모두 법인세를 과세한 뒤 일정한도 내에서만 공제가 적용돼 기업들이 국내로 돈을 들여오지 않고 해외에 두는 것을 선호했다.
정부는 글로벌 경쟁이 치열한 가운데 해외소득의 원활한 국내 유입으로 투자를 촉진하기 위해서는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게 국외 배당소득을 국내 과세대상에서 제외할 필요가 있다는 판단에서 지난해 이러한 법인세법 개정을 추진했다. 이중과세 문제가 해결되면서 기업들이 해외에 돈을 묵히지 않고 국내로 들여와 국내 투자와 고용을 촉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본 것이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지난해 법인세 개정에 따른 올해 직접투자일반배당수입 증가 효과가 큰 것으로 보인다”면서 “연말까지 이 속도가 유지될 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기존 국외배당소득 면제를 도입한 나라에서도 제도 도입 이후 국외 자회사로부터의 배당이 늘어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한국경제연구원에 따르면 미국은 과세체계 전환 후 2018년 약 1조달러의 해외유보금액 중 약 77%를 국내로 송환한 것으로 나타났다. 일본도 2009년 국외배당소득 면제를 도입하고 이듬해 해외내부보유액의 국내 환류 비율이 95.4%까지 증가했다.
실제로 해외 자회사가 쌓아둔 해외유보금도 줄어들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은에 따르면 지난 1월 국내 기업 해외 자회사의 해외유보소득(재투자수익수입)은 10억6720만달러 감소했다. 외환위기를 겪었던 1990년대 후반을 제외하고 해외유보금이 줄어든 건 사실상 처음이다. 해외유보금은 지난 4월에도 2억4400만달러 감소했다.
◇기업들 쌓아둔 돈 국내 재투자…국내 투자·고용 촉진 기대
기업들도 이번 법인세 개편 이후 해외유보금을 국내에 들여와 재투자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경영실적 호조로 높은 수준의 잉여금을 보유한 해외법인의 올해 본사 배당액을 직전 연도 대비 4.6배 늘리고, 이를 통해 국내로 유입되는 59억달러(약 7조8000여억원)를 국내 투자 재원으로 활용하기로 했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59억달러에 달하는 배당금이 국내로 유입돼 우리나라 경상수지 개선에도 일부 기여하게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작년 기준으로 국내 기업이 해외에서 벌어서 쌓아둔 해외 법인 유보금은 1126억달러(약 145조원)정도로 추산된다. 이처럼 거액의 달러가 국내로 본격 유입되면 경상수지 개선과 환율 안정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정부는 기대했다. 기재부 관계자는 “경상수지가 악화될 때 (국내로 들어오는 해외유보금이) 환율 방어에도 쓰이고 외환보유고도 쌓이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며 “물가에도 약간이나마 도움이 됐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국내 기업들의 ‘자본 리쇼어링’(해외 자회사가 거둔 소득을 자국으로 들여오는 것)이 활성화하면 투자와 고용 촉진 등 국내 경제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했다.
홍기용 인천대 경영학과 교수는 “우리 기업이 세금을 추가로 부담하지 않고도 한국에 투자할 수 있는 선택권을 줌으로써 해외유보금을 (국내에) 활용할 수 있는 여력이 생겼다”면서 “유보금을 국내로 유입해 투자하게 되면 고용 환경과 경제 성장 등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강조했다. 임동원 한국경제연구원 연구위원도 “해외 현지에 쌓아뒀던 유보금을 국내에 들여와 설비투자, 연구개발(R&D) 등에 사용하는 사례가 늘어날 것”이라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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