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소미아 정상화' 고리로 한일 관계 정상화 시동걸까

정다슬 기자I 2022.06.14 16:40:11

박진 장관 "지소미아 가능한 한 빨리 정상화 희망"
日 "지역 평화·안정에 기여"
지소미아. 日수출규제로 ''종료유예''…과거사 문제까지 이어질까

[이데일리 정다슬 기자] 박진 외교부 장관이 13일(현지시간) 한미 외교장관 회담에서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이 한일 관계 개선과 함께 가능한 한 빨리 정상화하길 희망한다”고 밝혔다. 일본의 반도체 소재 수출규제를 계기로 ‘종료 유예’ 상태로 남은 지소미아가 복원돼 한일 안보협력은 물론 얽히고 설킨 양국 갈등을 해소할 신호탄이 될 지 주목된다.

박진 외교부 장관(사진=연합)
외교부는 박 장관의 발언은 “북한 위협 대응을 위해 지소미아 등 한미일 안보협력이 원활히 이뤄질 필요가 있다는 원칙적 입장”이라며 과도한 의미 부여를 자제하는 모양새다. 다만 지소미아의 의미와 지소미아가 ‘종료 유예’된 배경을 살펴볼 때 이날 박 장관의 발언은 무게감이 적지 않다.

지소미아는 한일간 유일하게 맺고 있는 군사협정으로 양국 안보협력체제의 핵심이다. 박근혜 정부인 2016년 체결됐다. 협정에 따르면 한국과 일본은 북한의 핵·미사일 등 2급 이하 군사비밀을 모두 공유한다. 지구는 둥글기 때문에 북한이 동해로 미사일을 쏘면 북한의 지평·수평선 너머에 있는 일본은 미사일 발사 순간을 볼 수 없다. 반면 한국은 미사일 낙하 순간을 볼 수 없다. 지소미아는 이를 보완하기 위해 체결됐다.

그러나 대법원 강제징용 배상 판결을 계기로 일본은 한국에 대한 반도체 수출 규제를 단행하자, 한국은 지소미아 종료 카드를 내밀었다. 일본이 신뢰할 수 있는 국가인 ‘화이트리스트’에서 한국을 빼자, 한국 역시 일본과 신뢰를 바탕으로 군사정보를 공유할 수 없다며 2019년 8월 지소미아 종료를 단행한 것이다. 결국 미국의 중재하에 그해 11월 협정 종료 통보 효력을 정지시켰지만 활발히 활용되지는 못했다. 이후 한국과 일본의 북한 미사일 제원 분석이 다른 경우가 종종 발생하며 양국간 불협화음을 노출했다.

북한의 미사일 도발이 재개하고 그 위협 수위가 전술핵 사용 가능성까지 커진 상황에서 윤석열 정부는 한미일 3각 공조를 강화해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을 대응하려고 하고 있다. 박 장관의 발언은 이같은 상황에서 지소미아부터 정상화해야 한다는 것으로 현재 ‘종료 유예’라는 애매한 상태를 해소해야 한다는 취지로 보인다.

종료 유예 해제는 사실상 한국 정부의 독자적 의지로 가능한 것이지만, 당초 이같은 상황이 발생한 원인이 한일간 뿌리깊은 갈등에서 비롯된 만큼 일본과의 소통이 필요하다는 것이 외교당국의 입장이다.

최영삼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중단을 철회할 절차를 앞으로 밟아갈 계획이 있느냐”는 질문에 “우리의 원칙적 입장과 목표를 위해 외교부를 포함한 우리 정부는 일본 등 국제사회와 함께 관련 소통 노력을 계속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한일은 장·차관 차원의 소통 등을 통해 수차례에 걸쳐 “조속한 한일 관계 개선이 필수 불가결하다”는 인식을 공유했다. 양국간 관계 개선을 위한 인적교류 역시 관광비자 발급을 재개하는 등 조금씩 재개되는 모양새다. 다만 핵심 이슈인 강제징용·위안부 배상 책임인 과거사 문제를 놓고서는 좀처럼 접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지소미아 정상화는 양국이 불신을 극복하고 안정적인 군사협력을 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되는 것으로 한일 관계의 새로운 전기(轉期)의 상징이 될 것으로 보인다. 박진 외교부 장관이 방일을 준비하고 한일 정상 역시 북대서양 조약기구(NATO) 정상회의 참가를 계기로 회담을 할 가능성도 제기되는 상황에서 이 역시 주요 의제가 될 것으로 예상되는 대목이다.

다만 지소미아 정상화를 위한 양국간 협상은 아직 본격적으로 개시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정부 대변인인 마쓰노 히로카즈 관방장관은 이날 정례 기자회견에서 박 장관 발언에 대한 일본 정부 견해를 묻자 “한일 지소미아는 한일 간 안전보장 분야의 협력과 연계를 강화한다”며 “지역 평화와 안정에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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