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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사회 이슈를 활용한 스미싱이 활개를 치고 있다. 지난 연말 코로나19 재난지원금 신청 안내 등의 내용으로 자영업자를 겨냥해 개인정보를 요구하는 스미싱이 유행이었다면, 최근엔 백신 접종 예약 등의 메시지를 담은 문자를 활용해 URL을 누르도록 유도해 원격 조종 앱을 깔고, 금융정보를 탈취하는 방식으로 진화됐다. 추석 명절, 선물 배송 등을 사칭한는 내용도 전형적 스미싱 사기 사례다. 이밖에 휴대전화 화면에 가족 전화번호가 뜨도록 기기를 조작한 뒤 전화를 받으면 돈을 송금하라고 협박하는 신종 보이스피싱범도 나타났다.
고도화하는 보이스피싱 범죄를 막을 방법은 없을까. 경찰대 치안정책연구소가 발간한 ‘전기통신 금융사기 대응 방안에 관한 연구:보이스피싱 담당 경찰관의 관점으로’ 보고서는 보이스피싱 담당 경찰관의 수십 년 현장 경험을 바탕으로 보이스피싱을 예방하거나 추가적인 피해 확산을 방지하기 위한 방안들을 제시한다.
우선 수사 전담기관의 조직체계를 개선해야 한다는 제언이 나온다. 현재 보이스피싱에 대응하는 경찰청 부서는 수사국과 사이버국이 있다. 수사국은 전화를 활용하는 전화금융사기인 보이스피싱 범죄를 담당하며, 사이버국은 문자 및 SNS를 활용하는 메신저피싱을 담당하고 있다. 이러한 독특한 구조는 넓은 범위에서의 보이스피싱 범죄에 대응하기 어렵다는 한계가 있다는 평가다.
보고서는 “현재 보이스피싱 범죄와 관련된 정부 기관들이 분절화 돼 있는 상황에서 경찰청 자체적으로도 세부적인 범죄 유형으로 조직을 분할하기보다는 ‘과’ 단위의 보이스피싱 전담조직을 신설하고, 보이스피싱 대한 연구팀들을 통합할 필요가 있다”면서 “해당 조직을 통해 수사국과 사이버국에 발송되는 모든 범죄를 연구 분석하고, 여러 형태의 범죄를 특정 지방청에서 수사할 수 있도록 통제해야 한다”고 했다.
보이스피싱 범죄 대응을 위한 범정부 차원의 일원화된 조직을 신설하는 안도 거론했다. 각 부처에 분산돼 있는 인터넷·정보통신 관련 국가적 위협에 대해 일원화된 조직으로 대응하자는 차원이다.
실제로 영국의 경우 범정부차원의 전기통신금융사기 대응 전담 조직인 사기정보분석국(National Fraud Intelligence Bureau)을 통해 범죄에 대응하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는 금융위원회, 법무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외교부, 경찰청, 방송통신위원회, 방송통신심의위원회, 금융감독원 등의 소관부서가 분절화돼 있어 통합적인 범죄 대응에 미흡한 부분이 있다는 지적이다. 과거 보이스피싱에 공동으로 대응하는 협의체 등이 만들어진 적은 있지만 제대로 운영되지 않았던만큼 일관적이고 통합적인 기관 운영의 필요성이 강조된다.
오윤성 순천향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보이스피싱 조직이 사람의 취약한 영역을 파고들며 끊임없이 진화하고 있고 경찰 조직 하나만으론 대응하기 어려운 수준으로 확장하고 있다”면서 “유기적인 수사망을 위해 경찰과 관계기관의 핫라인을 구축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을 것”이라고 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