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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 금융회사 내부통제 부실과 금감원의 `이중잣대`

양희동 기자I 2021.07.07 14:31:48

감사원 "금감원 검사·감독 업무 전반 부실"
윤석헌 전 원장 등은 '퇴직자'라 처벌 피해
금감원도 '내부통제 부실' 바로잡아야

[이데일리 양희동 기자] “사모펀드 사태는 한국 금융이 가지고 있는 취약한 단면을 축약적으로 보여준 사건이다. 금융상품을 설계·판매 과정에서 내부통제가 작동하지 않았고 일부 사기 행위도 있었다. 은행·증권 등 금융 판매사들은 소비자 보호가 뒷전이었고 판매 경쟁에만 열을 올렸다”.

윤석헌 전 금융감독원장은 지난해 12월 온라인으로 가진 출입기자단 송년간담회에서 한해 가장 기억에 남는 사건으로 ‘사모펀드 사태’를 꼽으며 한 발언이다. 당시 윤 전 원장은 금융회사들의 내부통제 부실을 이번 사태의 핵심 원인으로 지목했다. 실제 금감원은 라임·옵티머스 사태와 연루된 금융회사 최고경영자(CEO)에게 연임 및 3~5년 간 금융권 취업 등이 제한되는 중징계를 연이어 결정한 바 있다.

윤 전 원장은 당시 CEO 중징계 등과 관련해 ‘금감원이 금융회사 책임을 떠넘긴다’는 비판에 대해선 동의하지 않았다. 그는 “금감원도 감사원 등 국가의 다른 상위 기관으로부터 통제를 받고 책임도 진다”며 “금융회사가 제대로 역할을 못할 때 금감원이 제재하는 것과는 서로 완전히 다르다”고 선을 그었다.

하지만 감사원의 감사 결과 금감원은 사모펀드 상시감시·판매·설정·운용 등의 검사·감독 업무 전반에서 총체적 부실이 드러났다. 특히 옵티머스 사태와 관련해서는 옵티머스 측의 말만 믿고 제대로 된 검사 및 확인을 하지 않아, 2017년 이후 지난해까지 사태를 막을 수 있는 수차례의 기회를 모두 날려버렸다.

하지만 “금감원도 감사원 등 국가 상위기관으로부터 통제를 받고 책임을 진다”던 윤 전 원장의 말과 달리 그와 원승연 전 부원장 등은 퇴직자라는 이유로 이번 사태와 관련해 아무런 책임도 지지 않았다. 감사원은 금감원에 징계(문책) 5명, 주의 17명 등을 조치했지만 대부분 실무자급이었다.

금감원 내부에서도 이번 결과에 대해 노조를 중심으로 “감독책임이 있는 윤 전 원장 등에게 퇴직자란 이유로 면죄부를 줬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야당에선 이번 감사원 감사를 계기로 금감원의 징계 권한을 금융위로 옮기고 예산과 인력도 국회의 감독·통제를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또 윤 전 원장과 원 전 부원장에 대한 재심의도 필요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은 7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금감원을 전면 개편하고 국회의 감독권과 통제권을 강화하겠다”며 관련 내용을 담은 금융위 설치법을 이달 중 제출하겠다고 밝혔다.

금감원은 사모펀드 사태의 원인이 금융회사의 내부통제 부실이라며 CEO에게 책임을 물어 중징계했다. 그 논리가 ‘이중잣대’라는 비판을 받지 않으려면 윤 전 원장이 강조한 것처럼 금감원도 상위 기관의 통제를 받고 수장도 스스로 책임을 지는 등 ‘환골탈태’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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