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9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중국 정부의 고문 역할을 하고 있는 전문가들을 인용해 미중 무역합의가 중국 입장에서 ‘왜곡된 협상’이라고 보고 있으며 미국 차기 바이든 행정부와 재협상을 하려고 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미중 양국은 지난 1월 15일 1단계 무역합의에 서명했다. 합의 내용은 중국이 2000억달러 상당의 미국산 제품을 대규모 구매하고, 미국은 애초 계획했던 대중 추가 관세 부과를 철회하는 동시에 기존 관세 중 일부 제품에 대한 관세율을 낮추는 게 골자다. 중국은 최근 몇 달 간 미국산 대두와 돼지고기, 옥수수 등 농산물 구매를 늘렸지만 코로나19 여파로 인해 약속한 규모에는 못 미치고 있다. 이에 따라 중국은 재협상을 한다면 과중한 수입 목표량과 수출 관세를 낮추려 할 것으로 보인다.
중국 정부 고문인 스인홍(時殷弘) 인민대 국제관계학원 교수는 “바이든 당선인도 무역합의가 비현실적이라는 점을 알기 때문에 곧 재협상을 하려 할 것”이라면서 중국은 바이든 행정부가 재협상에서 ‘좀 더 구조적인 변화’를 꾀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대신 바이든 행정부는 홍콩, 대만, 신장, 남중국해, 인권, 미국 내 중국 간첩설 등 문제에서 중국에 더 강하게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다른 중국 정부 고문 왕후이야오(王輝耀) 중국세계화연구소 이사장은 “바이든은 국제관계 경험과 다자주의에 대한 이해가 있는 사람이고 이성적”이라며 재협상에 대한 기대감을 내비쳤다.
위완리(余萬里) 베이징대 국제전략연구센터 학술위원은 “바이든은 무역합의 재협상을 지적재산권보호나 인권 문제 등에서 중국의 양보를 얻어내는 카드로 사용할 것”이라며 “중국이 미국 기업의 지적재산권 보호나 금융시장 개방 확대를 약속할 수는 있겠지만 인권 문제에서는 타협하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미국 전문가들은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미국내 반중(反中) 여론이 초당적인 상황에서 바이든 행정부가 약하게 나간다는 인상을 주긴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버락 오바마 행정부 시절 미국 무역대표부(USTR)에서 일한 벤자민 코스트제와 변호사는 “바이든 행정부는 트럼프 행정부의 무역·투자 정책 중 어떤 것이 미국을 강하게 만들지 혹은 그 반대일지를 전략적으로 들여다볼 것”이며 “이후 미국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판단된 정책들이 중국과의 무역협상 테이블에 오를 것”이라고 말했다.
미무역대표부 출신 스티븐 올슨 힌리치재단 연구원은 유세 기간 바이든 당선인의 중국을 향한 거친 발언들을 봤을 때 미중 무역합의를 재협상할 정치적 여지는 “매우 낮다”며 “무역 이슈는 바이든 행정부의 최우선 사항이 아니며 그의 제1의 관심사는 코로나 팬데믹”이라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