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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러 대응 빨라진 英경찰, 실탄·헬기 동원 8분만에 진압

김형욱 기자I 2017.06.05 15:40:33

대규모 테러 대신 점조직형 테러 증가에 경찰도 맞춤형 대응
전문가 "테러 대응 능력만은 역대 최고"…시민들 차분한 일상

무장한 영국 경찰 특수부대가 4일 하루 전 테러가 발생한 런던 브리지 인근을 순찰하고 있다. AFP
[이데일리 김형욱 기자] 영국 당국이 잇따른 테러에 그 대응도 한층 강경해졌다. 최근 세 달 동안 세 차례의 테러가 잇따르는 등 영국 내 테러 위험은 높아지고 있지만 이에 대한 대응 태세도 역대 최고 수준으로 높아졌다는 평가다.

5일 블룸버그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영국 특수부대는 지난 3일(현지시간) 밤 10시께 런던브리지에서 벌어진 차량 테러 때 사건이 일어난지 불과 8분만에 용의자 3명을 모두 사살했다. 이를 위해 실탄 50여발을 쏘기도 했다. 피해는 컸지만 대응도 그만큼 빨랐던 것이다. 용의자 셋은 그 사이 승합차를 인도로 내몬 후 내려 칼을 휘둘로 최소 7명을 죽이고 48명에게 부상을 입혔다.

앞선 테러 때와 비교하면 영국 경찰의 강경 대응은 더 두드러진다. 4년 전 두 이슬람 극단주의자가 비번이던 군인을 공격했을 땐 경찰이 사건 발생 15분 후에서야 현장에 도착했다. 또 용의자를 진압할 때도 사살하려는 의도 없이 부상을 입혀 연행하려 했다. 이전과 비교하면 현저히 빨랐다는 게 현지 언론의 평가다. 영국 런던의 왕립합동군사연구소의 국제안보연구소장 라파엘로 판투치는 "최근 테러에 대한 대응 속도는 정말 빨라졌다"며 "특수부대가 용의자를 사살하는 걸 망설이지 않은 건 영국 경찰에 날이 서 있다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테러 위험이 최근 들어 이슬람국가(IS)의 지원 아래 대규모 네트워크를 통해 이뤄지던 이전과 달리 소규모 '점조직' 형태로 이뤄지는 데 맞춰 영국 경찰도 인파 밀집지역 인근마다 거점을 마련해 두는 방식으로 변한 것이란 분석이다. 영국 런던의 3월과 5월 테러는 차량이나 칼 같은 주위에 흔한 도구를 사용해 벌어졌기 때문에 폭탄 테러보다 사전 포착이 더 어려워졌다. 사건 발생을 대비하는 시나리오도 이전에 다섯 개 정도였다면 100가지로 늘렸다. 영국 테러대비 당국은 현재 3000명을 잠재적 용의자로 모니터하고 있으며 여기에 2만명을 낮은 잠재 용의자로 상정해두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킹스컬리지 런던의 위험·테러 담당 부교수 브룩 로저스는 "대비 태세란 관점에서 보면 현재 영국 경찰은 그 어느 때보다 안전하다"고 전했다. 블룸버그는 영국 경찰의 최근 행보에 대해 오랜 역사에 걸쳐 '극기(스토이시즘)'를 자랑해 온, 또 수십년에 걸친 테러에도 자유를 억압하지 않는 방식으로 이에 맞서 온 도시 런던의 전통을 지키려 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영 노동당 대표인 제레미 코비는 그러나 3일 테러에 대해 테리사 메이 총리가 경찰 예산을 줄여 이번 테러를 막는데 실패했다고 비난했다. 실제 메이의 보수당이 집권한 2010년 이후 영국 내 잉글랜드·웨일스 내 경찰 인력은 약 15% 줄었다. 런던 기준으로도 1750명의 경찰 인력이 감소했다. 메이 총리는 오는 8일 총선을 앞두고 인력 보강을 약속했다. 이번 총선은 원래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협상을 가속화하기 위한 메이 총리의 정치적 승부수였으나 잇따른 테러로 이 이슈가 급부상하고 있다.

런던 시민도 최근 잇따른 테러에 의연하게 대처하고 있다는 평가다. 사건 발생 하루 뒤인 4일에도 런던 시내의 카페와 지하철, 식당에는 사람들이 가득했다. 테러에 익숙해져있기도 하지만 2005년 교통시설을 공격한 자살폭탄 테러 이후 폭탄 등을 이용한 대규모 테러는 사라졌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다. 런던 시내에서 노점상을 하는 로라 위너(33)는 "그들은 우리가 두려워하기를 바라고 있다"며 "이곳은 열린 공간이며 우리는 그저 갈 길을 가면 된다"고 말했다. 또 다른 런던 시민 패트리샤 그린(69)은 "런던 시민은 익숙해져 있다"며 "우리에게는 일상일뿐"이라고 말했다.

한 여성이 4일 영국 런던에서 최근 영국 내 잇따른 테러를 추도하는 내용을 담은 하트 모양의 종이를 들어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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