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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현지시간) 블룸버그 등에 따르면 알베르토 페르난데스 아르헨티나 대통령은 이날 각종 여론조사상 아르헨티나 대선에서 지지율 1위를 달리고 있는 극우 경제학자 하비에르 밀레이 자유전진당 대선 후보를 향해 공개 협박 혐의로 고발했다. 페르난데스 대통령은 4년 전 좌파 페론당 소속으로 대통령에 올랐으며, 차기 대선에는 불출마를 선언했다. 집권 페론당 소속으로는 세르히오 마사 경제장관이 대선에 출마했는데, 밀레이 후보에 뒤져 있다.
페르난데스 대통령이 ‘아르헨티나의 트럼프’로 불리는 밀레이 후보를 고발한 것은 그의 과격한 공약이 공포를 야기했다는 점 때문이다. 아르헨티나 비공식 환율 정보를 제공하는 ‘블루달러닷넷’에 따르면 현재 달러·페소 환율은 1010페소다. 공식 달러·페소 환율인 365.50페소와 비교해 거의 세 배에 달한다(달러화 강세·페소화 약세). 밀레이 후보가 미국 달러화 도입을 거론하면서 “페소화를 절대로 쓰지 말라”고 했고, 이에 이미 휴지조각으로 전락한 페소화 가치가 더 폭락한 것이다.
밀레이 후보는 전날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 “페소화로 정기적금을 든 사람은 만기가 되면 다 빼라”며 “페소화는 가치가 없다”고 했다. 그는 “페소화는 아르헨티나 정치인들이 발행하는 화폐이기 때문에 쓰레기”라며 “거름으로도 못 쓴다”고 말했다.
이에 페르난데스 대통령은 대중에게 공포를 야기하거나 무질서를 유발하는 행위에 2~6년 징역형으로 처벌할 수 있다는 형법 조항을 근거로 말레이 후보를 고발했다.
심지어 집권당 마사 후보는 “대선 이전에 후보들에 대한 정신과 평가를 요청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특정 인사를 거론하지는 않았지만, 밀레이 후보는 겨냥한 것으로 풀이된다. 극우 성향의 과격한 정책이 사회 혼란을 야기할 수 있다는 게 그 이유다.
다만 이는 반대로 밀레이 후보의 존재감을 키우는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극단적인 자유주의를 신봉하는 밀레이 후보의 급부상 자체가 집권당의 경제 실기와 맞닿아 있어서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아르헨티나의 8월 소비자물가는 전월 대비 12.4% 폭등했다. 1991년 이후 월간 기준으로 가장 높은 상승률이다. 1년 전과 비교하면 124.4% 치솟았다. 밀레이 후보가 미국 달러화를 공용 통화로 쓰자고 하고 제대로 역할을 못하는 중앙은행은 없애야 한다는 주장을 펼치는 배경이다. 경제 파탄을 초래한 기성 정치권에 대한 민심의 분노가 밀레이를 주류로 끌어올린 셈이다.
임기 4년의 차기 대통령을 뽑는 아르헨티나 대선(1차 투표)은 오는 22일 치러진다. 1차 투표에서 1위가 45% 이상 득표하거나 40% 이상을 받고 2위와 10%포인트 이상 격차를 벌리면 최종 당선된다. 승패가 가려지지 않으면 지지율 1위와 2위 후보가 다음달 19일 결선 투표를 치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