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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송이라 기자] `아가씨`와 `도련님`으로 대표되는 가정 내 성 비대칭적인 호칭을 개선하기 위해 정부가 국민 의견을 직접 수렴하겠다며 설문조사를 진행하고 있지만 정작 조사에 참여한 열 명 가운데 아홉 명이 여성이라 주무부처인 여성가족부가 고심하고 있다. 설문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공청회를 개최해 개선안을 확정하려던 여가부는 당초 계획을 바꿔 공청회 이전에 직접 설문조사를 추가로 실시하기로 했다.
여성가족부는 이번 설 연휴를 전후로 지난 1월 28일부터 오는 22일까지 국민권익위원회 온라인 참여 플랫폼인 `국민생각함`을 통해 가족호칭에 대한 국민생각 조사를 실시하고 있다. 조사기간의 약 3분의 2가 지난 13일까지 총 3만3000여명이 참여해 높은 호응을 얻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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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한 여성은 배우자의 부모님 댁을 시댁이라고 부르는데 반해 결혼한 남성은 배우자의 부모님 댁을 처가라고 부르는 것을 어떻게 생각하냐`는 질문에는 96.8%가 `문제가 있다`고 응답했고 `남편의 동생은 도련님 혹은 아가씨라고 높여 부르는 반면 아내의 동생은 처남 혹은 처제로 낮춰 부르는 데 대해 어떻게 생각하냐`는 질문에도 98.4%의 응답자가 `문제가 있다`고 답했다.
이에 대한 대안으로는 절반 이상이 이름 뒤에 `씨`라는 호칭을 붙여 부르자고 제안했다.
이밖에도 성 비대칭적인 호칭에 대한 생각을 묻는 모든 질문에 90% 이상이 문제가 있으며 개선돼야 한다는 반응을 보였다. 참여자 연령도 전체의 89.5%가 20~30대에 집중돼 있는데 미투운동을 시작으로 지난해부터 본격화된 여성운동의 주축인 젊은 세대들이 비대칭적 호칭 문제에도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심지어 응답자 10명 중 7명은 미혼이었다.
문제는 설문에 참여한 3만3000여명 중 90%에 달하는 2만9000여명이 여성이라는 점이다. 남성 참여자는 3300여명에 불과했다. 즉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는 여성들이 주로 설문에 참여하면서 세대별, 연령별 다양한 의견이 취합되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이에 여가부도 고민에 빠졌다. 여가부 관계자는 “극명하게 성별이 한 쪽으로 쏠려 아쉽다. 이 결과로는 공청회를 열기 어렵다”며 “우리가 직접 성별과 연령 등을 적절히 안배해 전화 설문을 추가로 진행하는 방안을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일부에서는 이 문제를 성차별 문제로 접근해 상이한 조사 결과를 내놓기도 했지만 그건 질문을 어떻게 하느냐의 문제”라며 “성차별이 아닌 성 비대칭적인 현 상황을 개선해야 할 필요가 있냐고 묻는다면 많은 이들이 동의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여가부는 전화 설문조사 결과를 토대로 상반기 중 가족호칭 개선 권고안을 발표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