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선상원 기자] 백선하 서울대의대 교수가 백남기 농민의 부검을 둘러싼 논란의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는 병사 사망진단서에 대해 변경할 의사가 없다고 답변한 것으로 밝혀졌다.
정순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10일 “‘백 교수에게 사망진단서 수정을 제안할 생각이 있는가’라고 묻는 국정감사 서면질의에 대해, 서울대병원측은 ‘의료진의 의학적 판단을 존중하지만 백 교수에게 변경할 의향을 문의한 적이 있고, 백 교수는 변경할 의사가 없음을 확인한 바 있다’고 답했다”고 말했다.
정 의원은 ‘사망진단서가 타당하게 작성되었다고 생각하느냐’고 묻자, 서울대병원은 “사망진단서에 대한 공정하고 객관적인 검토를 위해 특별조사위원회를 구성하여 결과를 확인했으며, 사망진단서 작성 및 정정의 권한은 환자를 직접 진찰한 의사에게 있기 때문에, 서울대 병원은 고인을 300일 넘게 진료해 온 의료진이 내린 의학적 판단을 존중한다”고 답했다.
백 교수도 서면답변을 통해 변경할 의사가 없음을 분명히 했다. 정 의원이 ‘사망진단서를 수정할 의향이 있느냐’고 묻자, 백 교수는 “백남기 환자의 담당 주치의로서 진정성을 갖고 치료를 시행했고, 의학적인 판단에 따라 진단서를 작성했다”며 “진단서를 변경할 사안이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다만 사망진단서에 사인한 권신원 레지던트는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정 의원은 “사실을 외면한 전문가의 소신은 더 이상 진실이 될 수 없다. 모든 보험청구 내역, 수술기록, 사망에 따른 퇴원기록이 일관된 반면 사망진단서만 유독 다른 것은 허위진단서로 볼 수 밖에 없다”며 “이제는 서울대 병원이 이를 방관하지 말고 직접 나서서 허위진단서를 바로 잡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서울대병원이 백남기 농민 치료와 관련해 건강보험급여를 청구할 때는 ‘외상성 출혈’이라고 적시한 것으로 드러났다. 정 의원이 전날 유가족의 위임을 받아 건강보험심사평가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서울대병원의 백남기씨 청구 상병코드 내역’에 따르면, 서울대병원은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9월 25일까지 11차례에 걸쳐 백씨의 치료에 대한 보험급여를 청구했다. 보험금 청구시 입력한 상병코드는 ‘AS0650’, ‘AS0651’이었다. S0650은 ‘열린 두개 내 상처가 없는 외상성 경막하출혈’이고 S0651은 ‘열린 두개 내 상처가 있는 외상성 경막하출혈’이다. 백씨가 외부의 충격으로 머리가 손상됐다는 의미이다.
또 백 교수는 백씨 사망 직후 퇴원기록에도 ‘외상성 경막하출혈’이라고 진단하고 친필서명까지 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윤소하 정의당 의원이 이날 유가족으로부터 받은 의무기록에 따르면, 백씨가 사망한 지난달 25일 퇴원기록에는 ‘Acute subdural hematoma, traumatic without open wound(S0651)’라는 진단명이 쓰여 있다. 이는 ‘열린 두개내상처가 없는 외상성 경막하출혈’이라는 뜻으로 ‘S0651’은 국제표준질병코드상 ‘비외상성(I62X)’과는 구분되는 ‘외상성’ 경막하출혈을 의미한다. 백 교수는 사고 직후와 사망 직후에는 ‘외상성’이라고 진단한 의무기록에 남겨놓고 이후 사망진단서에는 ‘외상성’이란 단어를 빼고 ‘급성 경막하출혈’이라고 적고는 ‘병사’를 주장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