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박철근 기자]삼성전자(005930)가 반도체 사업장의 백혈병 산업재해 논란과 관련, ‘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 지킴이’(반올림)가 제3의 중재기구 구성안에 대해 합의된 바가 없다는 주장에 대해 혼란스럽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삼성 고위 관계자는 16일 삼성전자 서초사옥 기자실에서 “반올림의 입장 변화가 있어서 혼란스러운 상황”이라며 “사태가 어떻게 진전되는지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14일 김준식 삼성전자 커뮤니케이션팀장(부사장)이 “심상정 정의당 의원이 지난 9일 기자회견을 통해 제안한 내용에 대해 진지하게 검토하고 있다”며 “이른 시일 내에 삼성전자 경영진이 제안에 대한 공식입장을 밝히겠다”고 말한 지 이틀 만에 입장이 바뀐 셈이다.
삼성 고위 관계자는 “지난 9일 국회에서 진행된 기자회견에는 심상정 의원, 반올림 관계자, 유가족 등이 모두 참석했다”며 “하지만 갑자기 반올림이 제3의 중재기구 설치에 관해서는 합의된 바가 없다는 뜻을 밝히니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당시 심 의원 등은 기자회견을 통해 △반도체 사업장에서 근무하다 직업병으로 의심되는 중증질환에 걸려 투병중이거나 이미 사망한 피해자와 그 가족들에게 공식 사과 △직업병 피해자 및 그 가족들과의 합의 하에 공정하고 객관적인 제3의 중재 기구 구성 및 중재 기구가 마련한 합당한 방안에 따른 보상 △전문성과 독립성을 갖춘 제3의 기관을 통해 반도체 사업장의 화학물질 취급 현황, 안전보건 관리 현황 등 종합 진단 실시 등 3가지를 요구했다.
하지만 반올림은 김 부사장이 삼성전자 공식 입장을 밝히고 난 후 발표한 성명을 통해 “보상에 관해서는 이미 우리의 요구안에 분명한 내용이 담겨 있으므로 삼성은 그에 대한 구체적인 답변부터 해야 한다”며 “보상안 역시 제3의 중재기구가 아니라 삼성이 직접 반올림과의 성실한 교섭을 통해 마련하여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한다”고 명시했다.
다만 제안 내용에 포함된 제3의 중재기구 설치 문제 합의여부에 대해서는 반올림의 실수를 인정했다.
반올림 관계자는 “기자회견 전에 기자회견문을 꼼꼼하게 살펴보지 못한 것은 우리의 실수”라면서도 “하지만 삼성이 언론을 통해서가 아니라 우리와 직접 해당 내용을 얘기하는 것을 꾸준히 요구하고 있다”고 전했다.
당초 반올림과 삼성은 지난해 12월 18일 1차 본교섭을 실시한 이후 16일 오후에 2차 본교섭을 진행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삼성전자는 지난 15일 오전 반올림에 “심 의원실에서 제안한 내용을 검토하고 있으니 내일로 예정된 본교섭을 잠정 연기하자”고 통보했다.
반올림 관계자는 “우리는 삼성에 사과, 보상, 재발방지대책 마련 등 3가지를 줄곧 요구하고 있다”며 “이에 대한 삼성의 생각을 직접 듣고 싶은 것”이라고 강조했다.
심 의원실 관계자는 “기자회견을 하기 전에 최종 기자회견문을 회람했지만 당사자(심상정 의원, 반올림, 피해자 가족)간 이견은 없었다”면서도 “제3의 중재기구 구성도 피해자와 피해자 가족의 합의가 없으면 구성하기 어렵다고 명시했다”고 말했다.
이어 “다만 이 문제에 대한 논란이 있지만 삼성전자 경영진이 이 문제를 검토하고 입장을 발표하겠다고 했으니 일단 기다려 보겠다”며 “삼성의 입장발표가 있으면 해당 내용을 검토하고, 없으면 없는 것과 관련해서 의원실에서도 대응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장의 백혈병 문제는 장기화 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더욱이 삼성이 주장하고 있는 반올림의 교섭 대표성 여부가 마무리되지 않는다면 삼성과 반올림은 이견을 좁히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한편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장의 백혈병 문제는 지난 2007년 기흥반도체 공장 여성 노동자인 고 황유미 씨의 사망으로 불거졌으며, 7년이 지나도록 해결책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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