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000660)는 현존 HBM 최대 용량인 36기가바이트(GB)를 구현한 HBM3E 12단 신제품을 세계 최초로 양산하기 시작했다고 26일 밝혔다. 지난 3월 8단 적층 HBM3E를 엔비디아에 최초로 공급한 이후 12단까지 메모리 업계에서 가장 앞서 간 것이다. SK하이닉스는 연내에 12단 HBM3E를 주요 고객사인 엔비디아에 납품한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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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쟁사인 삼성전자는 아직 엔비디아로부터 HBM3E 퀄 테스트(품질 검증)를 진행하고 있다. 마이크론은 HBM3E 12단 제품을 개발하고 고객사에 샘플을 공급하고 있는 수준이다. SK하이닉스의 이번 조기 양산은 엔비디아와의 오랜 신뢰 관계가 주효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업계에서는 그간 HBM3E 8단 제품과 비교해 12단의 기술 난도가 상당히 높다는 관측이 많았다. 이규복 한국전자기술연구원(KETI) 연구부원장은 “12단은 기술적으로 난도가 높다고 알려졌는데, 이번 양산 성공 발표를 통해 기존에 언급됐던 문제들을 해결하고 안정적인 품질과 수율 등을 확보한 것으로 판단한다”고 했다. 김주선 SK하이닉스 AI인프라담당 사장은 “다시 한번 기술 한계를 돌파했다”고 말했다.
현재 HBM 시장의 주류는 4세대 HBM3와 5세대 8단 HBM3E 제품이다. 그런데 이번에 12단 제품이 시장에 나오면서, 12단 제품이 새로운 주류로 엔비디아 후속 제품에 대거 탑재될 것으로 보인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내년 HBM3E 내에서 12단 제품 비중은 40% 이상으로 증가할 것으로 추정된다. 내년 말 6세대 HBM4가 등장하기 전까지는 HBM3E 12단 제품이 메모리 기업들의 실적을 좌우할 가능성이 큰 셈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최근 시장 일각에서 HBM 공급 과잉론이 나왔지만 이는 기우라는 분석들이 훨씬 더 많다”며 “특히 SK하이닉스가 당분간 HBM 효과를 누릴 것으로 본다”고 했다. 실제 이날 마이크론은 2024회계연도 4분기(6~8월) 시장 예상을 뛰어넘는 실적을 내놓았다. AI 슈퍼 사이클이 여전히 유효하다는 의미다. 산제이 메흐로트라 마이크론 최고경영자(CEO)는 “AI 수요가 급증하면서 HBM 사업이 성장했다”고 했다.
한편 지난해 기준 HBM 시장점유율은 SK하이닉스가 53%로 1위에 올랐다고 트렌드포스는 전했다. 삼성전자(38%), 마이크론(9%)이 뒤를 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