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

6개월새 외부임원 13명 수혈..신동빈, 백화점發 혁신 박차

윤정훈 기자I 2022.03.24 14:30:09

외부 전문가 속속 영입…백화점 부문 임원만 무려 8명
2년간 1조 4349억 투자해 백화점 리뉴얼 등 박차
작년 실적 일부 회복…경쟁사 대비 이익률 낮아
잠실점·강남점 중심 고급화 통해 ‘1등 백화점’ 명성 회복 목표

[이데일리 윤정훈 기자] 순혈주의 타파를 선언한 롯데그룹이 백화점을 중심으로 공격적인 외부인력 수혈에 나서고 있다. 경쟁사보다 규모는 크지만 내실은 밀린다는 평가를 받았던 롯데가 명실상부 ‘1등 백화점’으로 자존심을 회복하기 위한 행보에 나선 것이다. 김상현 부회장(유통군 HQ총괄)으로 조직 수장을 교체한 롯데쇼핑은 10여명 이상의 임원급 인사를 대거 영입하면서 반격의 서막을 올렸다.

(좌측부터) 김상현 롯데 유통군 HQ총괄, 정준호 롯데쇼핑 백화점사업부 대표, 배상민 롯데 디자인경영센터장, 현은석 롯데쇼핑 유통군 HQ 디지털혁신센터장, 이효완 롯데쇼핑 MD1본부장(사진=롯데지주, 롯데쇼핑)
24일 롯데그룹에 따르면 작년 9월부터 최근 6개월간 롯데지주와 롯데쇼핑 등에서 외부 영입한 임원급 주요인사는 13명에 달한다. 신세계 출신으로 롯데GFR 대표에서 롯데쇼핑으로 자리를 옮긴 정준호 백화점사업부 대표(부사장)를 포함하면 총 14명이다. 롯데쇼핑은 자체 인사로 혁신이 어렵다고 판단해 수장부터 주요 임원진을 외부에서 대거 수혈해 올해 본격적인 변화를 예고한 상태다.

김 부회장은 M&A(인수합병)와 신사업 추진 등 큰 그림을 그리고, 정 대표는 백화점 위상을 높이는 역할을 각각 맡았다. 지난 23일 열린 정기주주총회에서 김 부회장은 “사업과 연관한 M&A는 예의주시하고 있다”며 “고객 중심으로 기반을 다지고 체질개선을 이어가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정 대표는 작년 첫 출근 후에 잠실점과 강남점에 명품 브랜드 입점을 통해 브랜드 이미지를 제고하고 1등 백화점을 만들겠다고 공언했다. 더불어 조직문화도 수직적인 상명하복에서 탈피해 자유로운 분위기를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이를 실천하기 위한 첫 걸음으로 롯데쇼핑은 백화점 부문에 임원급 외부인사를 무려 8명이나 신규로 선임했다. 대표적으로 지방시코리아 지사장을 지낸 이효완 전무를 럭셔리 상품군을 총괄하는 백화점 MD(상품기획)1본부장으로 발탁했다. 이 전무는 롯데쇼핑 내 유일한 여성 전무이기도 하다. 이 전무 외에 △발렌시아가코리아 상무를 역임했던 진승현 MD1 본부 럭셔리 앤 컨템포러리 디자이너 부문장 △현대백화점 디자인팀장 출신의 정의정 MD1본부 비주얼부문장 △신세계인터내셔날 출신의 조형주 MD1본부 럭셔리 브랜드 부문장 △루이비통코리아 출신의 김지현 MD1 마케팅 앤 커뮤니케이션 부문장 등도 신규 영입했다.

롯데백화점 강남점을 비롯해 백화점의 운영과 리뉴얼을 담당할 임원급 인사도 발탁했다. 신세계 출신의 안성호 백화점 스토어 디자인 부문장, 이승희 백화점 오퍼레이션 T/F팀장 등이다.

이들은 본점, 강남점, 잠실점을 중심으로 명품 MD 역량을 강화하는 등 리뉴얼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이를 위해 롯데백화점은 올해 5476억원, 내년 8863억원으로 2년간 총 1조 4349억원을 투입할 계획이다 특히 위치 대비 아쉬운 실적을 내고있는 강남점을 명품 중심으로 MD를 강화해 확 바뀐 모습을 보여주겠다는 각오다.

시장조사업체 칸타에 따르면 롯데백화점에 입점한 ‘글로벌 10대 명품’은 67개로 점포 숫자가 훨씬 적은 신세계백화점(168개)과 2배 이상 차이가 난다. 그만큼 롯데백화점은 명품 브랜드 입점이 절실하다. 특히 강남점은 연매출이 3000억원 초반 수준으로 롯데백화점 전주점이나 창원점에도 뒤처진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정 대표는 외부 영입 임원과 함께 ‘강남 1등 탈환’에 혼신의 힘을 다할 것으로 보인다. 롯데쇼핑은 리뉴얼을 수월하게 진행하기 위해 MD1본부도 롯데백화점 본점에서 삼성동 공유오피스 ‘위워크’로 이전을 준비 중이다.

외부인재 영입은 디지털·미술 부문에서도 이뤄졌다. 롯데쇼핑은 HQ조직에 디지털혁신센터장 자리를 신설하고 이베이에서 최고기술책임자(CTO)를 역임했던 현은석 부사장도 선임했다. 김영애 백화점 아트비즈니스 부문장은 아트 마케팅을 강화하기 위해서 외부에서 영입된 인재다. 배상민 사장(센터장) 체제의 디자인경영센터도 최근 유한킴벌리 출신 허린 상무를 영입하며 조직 정비를 마쳤다.

그룹 차원에서도 유통 경쟁력 재건에 많은 관심을 갖고 있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도 최근 리뉴얼을 마친 애비뉴엘 3, 4층을 직접 둘러보는 등 백화점 사업을 손수 챙기고 있다. 신 회장은 올해 신년사를 통해 “브랜드, 디자인, IT 등에 투자하지 않으면서 단기적인 성과만 내는 것은 무의미하다”며 “연공서열, 성별, 지연·학연과 관계없이 인재가 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 철저한 성과주의 문화를 만들자”고 강조했다.

(자료=롯데)
롯데쇼핑은 백화점 부문의 작년 영업이익은 6.4% 증가한 3490억원으로 업계 1위다. 같은 기간 경쟁사인 현대백화점은 3063억원, 신세계백화점은 2615억원을 기록했다. 점포당 이익으로만 보면 35개 지점을 보유한 롯데백화점은 현대(16개), 신세계(13개)의 이익률에 한참 못 미친다.

백화점 업계 관계자는 “강남 1등이 대한민국 유통 1등이라고 볼 수 있는데 롯데 강남은 신세계 강남점이나 현대 무역점 등에 비해서 경쟁력이 부족한 것이 사실이었다”며 “영입된 외부인사들이 기존에 안주하던 롯데 문화를 얼마나 바꿀 수 있을지는 앞으로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주요 뉴스

ⓒ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상업적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