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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위원장과 정 원장은 이날 서울 광화문 금융위원회에서 첫 상견례를 가졌다. 정 원장이 고 위원장의 집무실을 찾았다. 두 수장은 배석자 없이 약 50분간 금융 현안에 대해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우선 고 위원장은 정 원장의 취임을 축하하며 이를 계기로 금융위와 금감원이 ‘한 몸으로(One-body, One-voice)’ 협력해 나가자는 의지를 피력했다. 이를 위해 금융위·금감원 양 기관 간 진솔한 대화와 적극적 소통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앞으로 긴밀히 협력해 나갈 것을 제안했다.
전임 금감원장 시절 금융위와 금감원은 불협화음을 노출했다. 키코(KIKO) 분쟁, 삼성바이오로직스(207940) 분식회계 의혹, 금감원 독립 등의 현안에서다. 하지만 금융위와 금감원 수장이 모두 바뀌면서 두 기관 간 불화가 해소될 것으로 기대된다.
고 위원장과 정 원장은 경제관료 출신으로 행정고시 28회 동기이기도 하다. 두 사람이 금융 관료로 오랫동안 한솥밥을 먹어온 만큼 업무 처리에 협조 관계가 기대된다.
고 위원장은 금융위와 금감원의 화학적 결합을 위해 금감원에 대한 실질적 지원 의사도 밝혔다. 금감원이 과중한 업무를 효과적으로 수행할 수 있도록 조직·예산 차원에서의 전폭적인 지원을 약속한 것이다.
금감원 내에서는 당국의 밀월 분위기에 내심 기대하는 분위기다. 금감원의 한 팀장은 “조직원들의 실질적인 고민이 새로운 지배구조 하에서 해소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며 “금감원의 조직과 예산 지원을 명시적으로 언급한 것도 이례적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고 위원장은 또 “금융위·금감원이 금융권 및 이해관계자들과 적극 소통해 금융분야의 자율성과 창의력이 발휘되도록 하고, 그 과정에서 법상 규정된 공정하고 투명한 업무 수행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힘을 쏟자”고 제안하기도 했다.
정 원장 역시 고 위원장의 취임을 축하하며 금감원도 정책과 감독에서 금융위와 호흡을 같이 하겠다고 화답했다. 정 원장은 “금감원은 시장과 현장 가까이서 검사·감독 업무를 수행하고 있는 만큼, 금융위의 정책 결정 및 추진을 적극 뒷받침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시장과 호흡하며 법과 원칙에 기반한 금융감독서비스를 제공하고, 금융소비자보호 기조가 금융시장에 뿌리내리도록 공동 노력을 지속하자고 제안하기도 했다.
두 수장은 한 목소리로 경제·금융을 둘러싼 각종 위험요인에 대한 선제적 대응에 적극 나설 방침이다. 급증한 가계부채와 가상자산사업자 신고 등이 시급한 해결 과제다. 이와 함께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이 제기한 금리 연계 파생결합펀드(DLF) 중징계 취소소송에서 금감원이 패소한 데 대해 항소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아직 정식으로 판결문을 송부받지 못했다”며 “다만, 실질적인 데드라인은 추석 연휴를 감안했을 때 17일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금감원은 지난해 초 DLF 판매 당시 우리은행장이었던 손 회장에게 지배구조법상의 내부통제 기준 마련 의무 위반을 이유로 중징계인 문책경고를 내렸다. 손 회장은 이에 불복해 행정소송을 제기해 최근 1심에서 승소했다. 문책경고를 받으며 연임과 금융권 취업이 제한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