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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산업자 게이트’, 靑 특혜 사면 논란 번지나
김재원 국민의힘 최고위원은 6일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 ‘가짜 수산업자’ 김태우 씨가 과거 문 정부 특별사면을 받았던 사실을 지적하며 “청와대가 왜 이런 사람을 사면했는지 굉장한 흑막이 있다고 본다”며 의혹을 제기하고 나섰다. 법조계에서도 “사면 과정이 일반적으로 비리에 상당히 취약하다”며 법무부가 사실 관계를 명확히 밝혀줄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김 씨는 지난 2018년 6월부터 올해 1월까지 선동(船凍) 오징어 매매 사업을 한다며 피해자 7명으로부터 116억 원 상당의 투자금을 받아 가로채는 사기를 벌여 지난 4월 구속기소됐다. 통상의 사기 범죄로 비춰질 수도 있는 이번 사건은, 이후 김 씨의 전·현직 언론인 및 유력 정치인, 검찰과 경찰 간부 등에 대한 로비 의혹이 불거지면서 일명 ‘수산업자 게이트’로 확대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이 와중에 김 씨가 과거 사기로 징역형을 선고 받고 복역 중 문 정부 첫 특별사면을 받았던 사실이 드러나면서 청와대를 향한 의혹이 확산되고 있다. 김 씨는 2008~2009년 변호사 사무실 사무장을 사칭해 개인회생·파산 절차를 도와주겠다는 등의 방법으로 피해자 36명에게 1억6000만 원을 가로채, 2016년 징역 2년을 선고 받고 복역 중 문재인정부 출범 이후인 2017년 12월 30일 특별사면을 받았다.
이를 두고 피해자들의 피해 회복이 이뤄지지 않았는데 사면이 이뤄졌다는 점은 물론, 사면 직후 ‘가짜 수산업자’ 사기를 재차 저질렀다는 점에서 사면 배경에 논란이 일고 있다.
김 최고위원이 “최소한 민정수석실 사면 업무 담당자들을 조사해야 한다”고 지적한 것도 이 같은 맥락이다.
청와대는 이에 “형 집행률이 81%였고, 당시 벌금형 이외의 범죄 전력이 없어 사면 기준에 부합됐다”고 해명했다. 법무부도 “2018년 신년 특사와 관련해 법무부 장관은 관계 법령에 따라 사면심사위원회를 거쳐 사면 대상을 적정히 심사해 대통령에게 상신했다”며 “정부는 이를 공정하게 검토해 2017년 12월 30일 일반 형사범, 불우 수형자 등 6444명에 대한 특별사면을 실시했으며, 당시 절차상 기타 특별한 사정은 없었다”고 설명했다.
◇대중없는 사면 기준…“법무부, 배경 명확히 밝혀야”
법조계에선 명확한 사실 관계 규명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특히 사면 기준 자체가 매번 달라 청와대나 법무부, 교도소에 이르기까지 실제로 종종 로비가 벌어지고 있다며, 김 씨 역시 특혜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판단한다.
실제 통상적인 사면 대상자 선발 과정을 보면 사실상 사면 1차 대상자는 교도소 로비를 통해 결정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법무부로선 사면 자료가 워낙 방대하다 보니 교도소에 재소자들의 형 집행률과 전과 등을 담은 표 작성을 지시하면 교도소에서 진정서 접수 여부나 피해 회복의 정도 등이 담긴 신분장(수용기록부)을 함께 첨부한다. 이 과정에서 재소자들이 교도소장이나 교도소 분류심사과 등을 상대로 로비를 벌여 사면을 받는데 불리한 내용을 신분장에 누락시키는 등의 비리가 발생하는 경우가 있다.
고검장 출신 한 변호사는 “통상 형 집행정지는 형 집행률과 피해 회복의 정도가 그 기준이 된다. 김 씨의 경우 형 집행률을 봤을 때 사면 대상으로 무리가 없지만, 피해 회복의 정도가 고려되지 않았다는 점은 의아하다”며 “(사면절차를 감안하면) 교도소에서 문제가 발생했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대검 검찰개혁위원을 지낸 변호사는 사기범 사면 자체가 부적절했다고 평가했다. 그는 “그간 문 정부는 사면의 주요 대상자로 생계형 민생 사범을 꼽아 왔는데, 피해자를 계획적으로 기망하는 사기범에게 생계형이란 있을 수 없다”고 잘라 말했다 그는 “일반 형사범 사면은 그 기준에 대해 알려진 내용이 거의 없어 청탁, 특혜 등 비리가 발생할 여지가 크다”며 “청와대가 의혹을 벗으려면 당시 특별사면 중 사기범은 몇 명이었고 왜 사면했는지 등 구체적인 사면배경을 밝혀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