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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김국배 기자] 암호화폐 비트코인 가격이 상승세를 타고 있는 가운데 국내 가격이 해외보다 높게 형성되는 이른바 ‘김치 프리미엄’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유독 국내에서만 계속되는 비트코인 상승 랠리에 암호화폐 시장의 투자 과열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5일 오후 3시께 국내 암호화폐 거래소 업비트에서 비트코인은 개당 7492만9000원에 거래됐다. 전일대비 1.29% 오른 금액이다. 빗썸에서도 1비트코인은 7464만6000원을 기록했다.
반면 같은 시간 미국 거래소인 코인베이스에서 비트코인은 24시간 전보다 0.74% 떨어진 6421만7000원(약 5만6925달러)에 거래됐다. 바이낸스에서도 비트코인 가격은 6433만3000원이었다. 국내와 해외에서 비트코인 가격이 1000만원 넘게 차이가 나는 셈이다.
최근 비트코인은 국내 거래소에서 연일 최고가를 경신하며 지난 3일 7570만원까지 올랐었다.
이런 김치 프리미엄 현상은 투자 과열 징후로 해석되고 있다. 실제로 암호화폐 정보 사이트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이날 오후 3시38분 기준 업비트와 빗썸에서 24시간 거래된 대금은 18조7850억원에 달했다. 같은날 코스피 거래대금(12조8325억원)보다 더 많다. 24시간 거래되는 암호화폐의 특성을 감안하더라도, 단 2곳의 거래대금이 코스피 거래대금을 초과할 정도로 높은 것이다. 비트코인 가격이 더 오를 경우 김치 프리미엄은 더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국내만 프리미엄을 받고 거래될 이유가 없다”며 “김치 프리미엄은 국내 암호화폐 시장의 투기 과열 신호로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가격이 떨어질 때는 결국 국제 가격에 수렴해 낙폭이 더 커질 수 있는 위험도 갖고 있다”며 “2018년에도 김치 프리미엄 현상이 두드러졌다가 가격이 크게 하락한 적이 있다”고 덧붙였다.
일각에서는 엄격한 외환거래법과 연관짓는 분석도 있다. 투자자가 해외 은행이나 거래소 계좌로 돈을 보내 싼 가격에 암호화폐를 산 뒤 국내에서 되팔아 차익을 보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송금액이 일정 수준을 넘기면 외환거래법으로 인해 송금이 어려워지는 상황에서 국내 수요를 당해내기 어렵다는 얘기다. 비트코인 품귀 현상이 빚어지는 배경이다.
정석문 코빗 사업개발담당 이사는 “엄격한 외환거래법으로 자금이 자유롭게 한국 국경을 넘나들지 못하는 게 가장 큰 이유”라며 “외국에선 비트코인 수요가 몰리면 해외에서 물량이 들어와 해소시켜줄 수 있는 우리나라는 어렵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