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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지역 국제중 두 곳 모두 폐지…또 소송전 비화

신중섭 기자I 2020.06.10 16:10:47

서울시교육청, 대원·영훈국제중 지정취소 결정
국제중 측 "재지정평가 부당…법적대응 예정"
가처분신청 인용시 행정소송 종료까지 지위 유지
조희연 "정부가 일괄폐지해 소모적 갈등 없애야"

[이데일리 신중섭 기자] 서울 지역 국제중인 대원·영훈국제중이 운영성과 평가(재지정 평가)에서 탈락하면서 일반중 전환 수순을 밟는다. 학교 측은 이러한 결과를 받아들일 수 없다며 효력 정지 가처분신청과 행정소송 등 법적 대응도 불사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지난해 재지정 평가 결과를 둘러싸고 불거졌던 자율형사립고(자사고) 갈등이 되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서울시교육청은 10일 기자회견을 열고 대원, 영훈국제중에 대해 지정 취소 절차를 진행한다고 밝혔다.(사진=서울시교육청)


◇서울 국제중 모두 지정취소 절차…감사처분 감점 커

서울시교육청은 10일 오전 기자회견을 열고 특성화중학교 재지정 평가 결과를 발표했다. 특성화중학교 재지정 평가는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에 따라 5년 주기로 실시된다. 특성화중학교가 지정 목적에 맞게 운영되고 있는지를 점검·평가하는 절차로 지정 취소 여부를 결정짓는 주요 기준이다.

서울시교육청은 대원·영훈 국제중 지정 취소의 주요 이유로 학사 관련 법령과 지침을 위반해 감사처분을 받은 것을 꼽았다. 이번 평가에서 감사 지적 사항 감점폭이 기존의 5점에서 10점으로 확대된 만큼 감사처분을 많이 받은 두 학교가 이 부분에서 많은 감점을 당했다는 설명이다.

국제전문인력 양성과 교육격차 해소 노력이 저조한 점도 지정 취소 주요 이유로 꼽혔다. 강연흥 교육정책국장은 “교육목표의 정의 자체가 학교에서도 뚜렷하게 나오고 있지 않다”며 “학교운영 목표로 봤을 때 국제중이라고 하지만 내용이 국제문화를 이해하는 품격 높은 인재양성 정도로 표현하고 있으며 유능한 글로벌 인재양성 목표도 아주 추상적”이라고 설명했다.강 국장은 또 “연간 1000만원 가량의 학비에도 학생에게 제공되는 교육비는 일반 공립중의 수준인 1인당 60만원 내외였다”며 “기본 학력이 취약한 사회통합전형 선발 학생을 위한 차별성 있는 학력 향상프로그램도 존재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교육청은 이날 중으로 해당 학교에 심의 결과를 통보할 예정이다. 이후 청문을 진행한 후 교육부에 지정 취소 동의 요청을 한다. 교육부는 50일 이내 동의여부를 결정해야 하며 최종 동의 시 해당 학교들은 2021학년도부터 일반중으로 전환된다. 일반중으로 전환되더라도 재학 중인 학생은 졸업 시까지 국제중 신분을 유지한다.

◇“법적 대응 불사”…자사고 갈등 되풀이

평가에서 탈락한 학교들은 평가결과를 받아들일 수 없다며 법적 대응도 불사하겠다는 방침이다. 이날 김찬모 영훈국제중 교장은 “학교를 평가하는데 정량평가보다 정성평가 비중이 더 높은 게 말이 되느냐”며 “평가지표를 미리 알려주면 그에 맞춰 학교도 노력을 할 수 있는데 지난 5년간의 운영성과를 평가한다면서 지난해 말에 바뀐 평가지표를 알려주는 것은 부당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교육부 동의 시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과 행정소송을 제기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대원국제중 측도 마찬가지다. 정선혜 대원국제중 교감은 “지표를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겉으로 드러난 것보다 더욱 불리하게 설정돼있다”며 “우선 청문절차에서 평가의 부당함을 소명하고 교육부가 취소에 동의할 시 법적 대응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학교 측이 소송전을 예고하면서 지난해 자사고 등 재지정 평가 결과를 놓고 불거졌던 혼란이 재현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자사고 재지정 평가에서도 전국 시도교육청은 평가를 강화하면서 평가 대상 자사고 24곳 중 11곳이 탈락했다. 전북 상산고는 교육부 부동의로 유일하게 기사회생했으나 서울 자사고 8곳 등 나머지 자사고 10곳은 각 교육청의 처분에 대해 행정소송을 제기, 법정 다툼을 벌이고 있다.

더욱이 행정소송과 함께 제기할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이 받아들여질 경우, 행정소송이 끝날 때까지 국제중 지위를 유지할 수 있다. 지난해 지정 취소된 전국 자사고 10곳 또한 교육청 처분에 대해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냈으며 각 법원은 이를 모두 받아들였다.

조희연 교육감은 이러한 소모적 갈등을 본질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교육부가 관련 시행령을 개정해 국제중을 일괄 폐지토록 해야한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현재 교육부 내부에서는 국제중 일괄 폐지에 대한 논의나 검토가 따로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 또한 지난 1월 총회에서 부산시교육청의 반대 등으로 관련 안건을 유보시켰고 최근 열린 5월 총회에서는 논의조차 하지 않았다.

한편 경기교육청과 부산교육청도 각각 청심국제중, 부산국제중에 대한 평가 결과를 이달 중 발표할 예정이다. 전국 국제중 5곳 중 경남 진주 선인국제중을 제외한 4곳이 올해 재지정 평가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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