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인경 기자]삼성전자(005930)의 중간배당 규모에 증권업계의 눈길이 모아지고 있다. 삼성전자가 안팎으로 고배당 압력에 시달리고 있는데다 저성장 국면에 진입하는 우리 경제 현실에서 그간 배당이 낮았다는 평가를 받아온 기업들의 배당정책 전환점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005930)는 26일 이사회를 열고 2분기 실적과 함께 다음달 주주들에게 지급할 중간배당 규모를 확정한다.
삼성전자는 그간 주주이익보다는 글로벌 성장에 집중하면서 낮은 배당을 실시해왔다. 지난 해만 해도 중간배당과 기말배당은 보통주당 8000원. 시가배당률은 0.5%에 그쳤다.
그러나 이번엔 다를 수 있다는 관측이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다.
지난 5일 발표한 2분기 잠정 영업이익은 9조5000억원으로 사상최대 규모다. 1분기 영업이익도 6조원을 육박한다. 이 막대한 이익금을 유보할 경우 투자의 한 지표인 자기자본이익률(ROE)가 하락할 수 있다.
올해 반도체 설비 관련 대규모 투자 계획이 없다는 점도 배당금 증액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지난해만 해도 반도체 설비에 14조원 규모를 투입한 데 비해 올해는 이렇다할 투자 증설이 없었다
이와 함께 외국계 투자자를 중심으로 배당규모를 늘려달라는 요구도 강하게 나타나고 있다.
삼성전자의 외국인 지분율은 현재 47.55%. 2009년 연말 47.52% 이후 최저수준이다. 스마트폰 수요에 대한 의구심이 싹트며 삼성전자를 떠나고 있는 상황이다. 배당금마저 낮다면 외국계 투자자의 매도세는 더 세질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이에 증권업계에서는 삼성전자가 중간배당금 규모를 주당 2500원에서 5000원선으로 가까이 늘리지 않겠느냐는 관측을 조심스레 내놓고 있다.
물론 배당금 증액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목소리도 있다. 배당액을 늘렸다가 과거 미국 마이크로소프트처럼 성장주에서 가치주로 기업 성격이 바뀌는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 반대로 신규 투자에 나서 배당보다 투자에 집중할 가능성도 충분하다.
코스피 상장기업의 지난해 시가배당률은 2.10%. 전통적으로 배당성향이 강한 유럽국가들의 시가배당률은 3~4%. 같은 아시아권인 홍콩은 3.41% 였다.
삼성전자가 배당금을 높일 경우 다른 기업들 역시 배당 정책 변경 검토에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만큼 성장할 자신이 있는 기업을 얼마 안되고 더 이상 삼성전자 핑계를 대면서 이익을 쌓아두는 것도 힘들어진다.
이경수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삼성전자가 배당을 강화하면 상장사 전체적으로 배당률을 높이는 방향으로 갈 수 있다”며 “그럴 경우 한국기업들도 이익을 성장을 위해 유보하기보다는 주주에게 환원시키는 방향으로 바뀔 수 있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