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대통령은 31일(현지시간) 미국 상무부 내에 ‘미국 투자 가속기’(US Investment Accelerator)를 설치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후 백악관이 발표한 팩트시트를 통해 미국 투자 가속기는 ‘반도체법 프로그램 사무소’(CPO)를 관장한다고 전했다. 당초 CPO는 상무부 산하의 독립조직으로서 반도체법에 기반해 개별 기업들과 협상을 진행하고 예산을 집행하는 기구였다. 그런데 이번에 CPO가 미국 우선 정책을 원칙으로 하는 미국 투자 가속기 밑으로 들어가면서, 반도체법 프로그램 역시 이같은 정책 방향에 강하게 종속될 가능성이 커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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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대통령은 그동안 반도체 기업들에 관세를 부과하면 보조금을 주지 않아도 미국에 공장을 지을 것이라는 점을 근거로 “(반도체법은) 엄청난 돈 낭비”라고 비판해 왔다. 반도체에 대한 관세 역시 이미 예고한 상태다.
바이든 행정부 때 설치된 CPO는 트럼프 행정부 들어 사실상 ‘누더기’로 전락했다. 전임 정부 당시 보조금 배분 감독, 미국 반도체 생태계 재건 등의 역할을 했는데,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지난 1월 150명 정도였던 CPO 인력은 22명만 남기고 모두 해고됐다.
이를 감안하면 트럼프 대통령은 바이든 행정부 때 각 기업들과 체결한 반도체 보조금 규모 등을 다시 들여볼 것이라는데 무게가 실린다. 앞서 로이터통신은 “트럼프 행정부가 반도체법 보조금 재협상을 추진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국내 한 반도체업계 관계자는 “트럼프 행정부가 이미 계약한 보조금을 주지 않는다고 해도 트럼프 행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진행할 수 있는 기업이 있을지 의문”이라며 “사실상 트럼프 대통령의 의중에 달려 있는 것”이라고 했다.
문제는 한국 기업들이 직격탄을 맞을 수 있다는 점이다. 삼성전자는 텍사스주 테일러에 총 370억달러 이상 투자하는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공장을 지으면서, 미국 정부로부터 보조금 47억4500만달러를 받기로 계약했다. SK하이닉스는 인디애나주에 38억7000만달러를 투자해 인공지능(AI) 메모리용 어드밴스드 패키징 생산기지를 건설하기로 했는데, 이때 미국 정부와 계약한 보조금 규모는 4억5800만달러였다.
미국 정부는 보조금을 기업들의 투자 진척 정도에 맞춰 순차 지급한다. 이 때문에 삼성전자(005930)와 SK하이닉스(000660)는 보조금을 다 받지 못한 상태다. 업계 일각에서는 보조금 재협상 결과에 따라 이들의 미국 투자 규모가 바뀔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